"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대법원, 판례 변경

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2023. 5. 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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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노동조합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겨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기준으로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 온 기존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쟁점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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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동의 없어도 통념상 합리적 변경이라면 인정한 기존 법리 변경
대법관 6명, '타당성 인정' 기존 판례 유지해야 한다는 별개 의견
박종민 기자

대법원이 노동조합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적이라면 예외적으로 효력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현대자동차 간부사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를 위반해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침해한 것으로 원칙적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근로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뀌었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 적용을 인정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건에서 "간부사원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판단했을 뿐,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판단하지 않은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현대차는 주5일제를 도입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2004년 7월 시행되자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간부사업 취업규칙을 별도로 만들었다. 종전 취업규칙과는 달리 월 개근자에게 1일씩 주던 월차휴가를 없애고 연차휴가에 25일의 상한을 신설하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과장급 이상 일부 간부사원들이 2004년부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을 부당이득으로 내놓으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이들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종전 취업규칙에 따른 미지급 월차수당을 직접 회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으므로 '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이후 간부들은 2심에서 미지급 연월차수당을 직접 달라는 소송을 냈고 2심은 일부 승소판결을 했다.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는데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도 받지 않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는 이유였다.

이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겨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기준으로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을 인정해 온 기존 법리를 유지할 것인지를 쟁점으로 삼았다.

전원합의체 대법관 13명 중 7명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는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이들 대법관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통념상 합리성'만으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근로자의 동의권은 헌법 제32조 2항(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에 근거한 중요한 절차적 권리여서 내용의 타당성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조재연, 안철상, 이동원, 노태악, 천대엽, 오석준 대법관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대법원이 오랫동안 그 타당성을 인정한 것으로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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