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언더라이팅 해외 보험사 문 두드린다
"앞으로 언더라이팅 결정은 모두 수치에 기반"
"소비자는 더 빠르고 편하게 보험 가입"
국내 생·손보사와 계약…일본 협업·중국 호주 러브콜
[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가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판단하는 최종 단계다. 보험사는 소비자가 알린 질병과 축적한 보험사고 데이터에 기반해 판단한다. 기존에 인수하지 않은 질병을 추가로 인수했을 때 손해율 예상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고민을 하는 보험사를 위한 솔루션 '가상 언더라이팅'이 한국에서 최초 개발됐다. 이미 내로라하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도입했고 해외 선진국에서도 관심을 보인다. 한국을 넘어 해외로 뻗는 가상 언더라이팅. 이를 처음으로 개발한 스코르 재보험 김인태 부장과 주석훈 차장을 만났다.
가상 언더라이팅은 인수심사 전문가인 김인태 부장과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주석훈 차장이 합심해 만든 솔루션이다. 김 부장이 약한 데이터 분석은 주 차장이 보완하고 주 차장이 약한 인수심사 분야는 김 부장이 보완했다.
김 부장은 가상 언더라이팅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데이터와 가정 핵심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가상 언더라이팅은 보험사가 보유한 장기간·대용량 코호트(공통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시점 '이전'의 이력을 고지 정보로, '이후'의 이력은 보험금 지급 이벤트로 가정(假定)하고 시뮬레이션하는 방법론을 뜻한다"고 말했다.
보유계약들에서 과거에 알린 사항이 없다고 상정하고, 특정 시점을 가입일로 가정해 이 전후의 의료기록을 각각 고지 정보(질병)와 보험금 지급 이벤트로 보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록은 고지 정보가 되고 보험금 지급 이벤트는 이에 의한 결과가 된다.
그는 "기존의 언더라이팅이 임상의학 중심의 보험 의학이 기반이었다면, 가상 언더라이팅은 기존의 방식에 주식의 퀀트 투자와 같은 정량적 분석 기법을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 언더라이팅의 효용성을 묻는 말 주 차장은 굉장히 높다고 힘줘 얘기했다.
보험사의 언더라이팅 기준은 보유계약의 손해율을 근거로 한다. 이 때문에 인수하지 않은 피보험자의 의료기록은 실제 손해율에 없고 인수기준을 확대할 때 질병별 손해율 변화는 계산하기가 쉽지 않다.
반면 가상 언더라이팅을 활용하면 보험사가 인수하지 않은 질병들에 관한 가상 손해율을 구할 수 있고 이 가상 손해율에 기반해 전체 포트폴리오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주 차장은 "질병 가이드라인은 물론 위험률과 약관 가입 한도를 변경해 보험사의 판매전략도 다변화할 수 있다"며 "더 많은 고객이 각 보험사의 위험률과 약관안에서 더 많은 효용을 누릴 수 있고 이는 사회적 비용 감소로 이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상 언더라이팅이 보험사에 전면 도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주 차장은 "앞으로 언더라이팅에 관한 모든 의사결정은 수치에 기반할 것"이라며 "임상의학 자료 혹은 언더라이터의 경험에 의존한 영역도 수치화된 근거의 의사결정 영역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비자의 보험 가입 시간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주 차장은 "최근 생명보험사는 개인정보 동의 등 간소한 절차만으로 보험 가입 여부를 신속하게 확인해 주는 선(先) 심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중"이라며 "선 심사 프로세스에 가상 언더라이팅을 접목하면 더 많은 소비자가 더 편하고 빠르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 보험설계사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쉽게 비교해 추천하게 되고 보험사들은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입소문을 타고 국내 보험사 여러 곳이 이 솔루션을 도입했다. 보험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지난해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흥국생명과 삼성생명이 연이어 채택했다. 현재 도입을 대기 중인 곳은 대형 생·손보사 2곳, 중형 생·손보사 3곳이다.
가상 언더라이팅을 도입한 보험사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보험 분야에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기대와 달리 큰 변화를 주진 못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사업 목적에 적합하게 활용돼야 하지만 새로운 기술 자체가 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 언더라이팅 프로젝트는 보험사의 궁극적 목적에 맡게끔 기술을 접목 발전시켰다. 주 차장은 "'업무'를 '기술'에 맞췄다기보다 실제 업무부서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업무'에 맞게 '기술'을 개발했다"며 만족도가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두 사람의 목표는 가상 언더라이팅 솔루션을 해외로 확산하는 것이다. 이미 일본 보험사들과 협업 물꼬는 텄다. 일본 중견 생명보험사인 오릭스 생명에 가상 언더라이팅 기술을 심은 상태다. 이미 둘이 개발한 가상 언더라이팅 방법은 해외에 소개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물론 중국과 호주, 홍콩 등 해외에서 큰 관심을 보인다고.
김 부장은 "한국은 과거 해외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해 왔다"며 "한국인이 개발한 가상 언더라이팅 솔루션이 역으로 수출하는 선진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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