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슈퍼전파자와 신천지발 대유행…팬데믹 40개월의 기록

박미주 기자 2023. 5.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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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엔데믹 선언] 숫자·일지로 보는 코로나19

정부가 국내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심각한 유행단계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다음달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를 현재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하기로 했다.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회의를 연 뒤 다음달 1일부터 코로나19 위기 경보 수준을 하향하고 격리 7일 의무를 5일 권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및 방역조치 전환'과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 3135만1686명, 누적 사망자수는 3만458명일 때의 발표다. 재진 등에 따라 중복 집계된 건수를 감안하면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대한민국 인구 5155만8034명 중 절반 이상이 코로나19에 확진된 경험이 있는 셈이다. 전체 확진자 중 0.25%인 7만8204명이 해외에서 유입된 이들이다.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을 계산한 치명률은 0.11%다.

2020년 1월 20일 첫 확진자 발생…신천지발 대규모 감염

전세계에서 코로나19가 최초 보고된 시점은 2019년 12월31일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환자 27명이 발생하면서 한때 '우한폐렴'으로 불렸던 코로나19가 시작됐다.

국내 첫 확진자는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려던 35세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한 달여 두인 2020년 2월17일 국내 첫 슈퍼 전파자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신천지발 대유행'이 번졌다. 집회 등을 계기로 수차례 유행이 반복됐다. 지난해 2월 오미크론 변이가 등장하면서 유행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3월17일에는 62만1056명으로 하루 최다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대규모 유행으로 같은 달 24일에는 하루에 469명이 사망하며 일일 최다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해 7월 초에 시작한 6차 유행은 오미크론 BA.5변이가 주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말 전후로 7차 유행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하루 2만명대 내외로 확진자가 발생하며 유행이 잠잠해졌고, 이에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을 발표했다. 이날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141명으로 80일째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방역수칙 40여종 발표… 감염병 대응 체계 구축 계기 돼

코로나19가 시작되며 각종 방역수칙이 등장했다. 2020년 4월 생활방역 수칙 40여종이 발표되며 격리, 마스크 쓰기 이외에도 4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이 시행되기도 했다. 식당과 카페에서는 1~2m 간격으로 줄을 서야 했고, 운영시간 제한이 생기기도 했다. 음식점에는 투명 가림판이 설치돼 현재도 가림판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때는 예방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다중이용시설을 못하게 할 정도로 정부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폈다.

오미크론 변이발 대유행이 잠잠해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5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올해 1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1단계 해제 등 방역을 점진적으로 완화해왔고 이날에는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으로 사실상의 종식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때 국내에서 신속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하지 못한 것 등을 감안해 정부는 유행 100일 이내에 백신 등 주요 대응 수단을 확보하고, 하루 확진자 100만명이 발생하더라도 대응 가능한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로 신종감염병 대유행 대비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가 바꾼 사회… 혼인·출생·학력수준 감소, 경제적 손실 연 36.2조
코로나19로 학교가 폐쇄되기도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수년간 이어지다보니 학력수준이 줄고 혼인과 출생아 수가 더 줄어드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온라인 수업으로 고교 2학년생의 수학과 영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19년 대비 각각 5.2%포인트, 6.2%포인트 높아졌다. 이 기간 출생 건수는 13.91% 줄었고 혼인 건수도 19.51%, 보육아동 수는 13.21% 각각 감소했다. 이혼 건수도 8.26% 줄어든 점이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부작용도 우리 사회가 감내해야 했던 부분이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코로나19 백신의 5세 이상 기초 접종자 수는 누적 4437만5602명이다. 접종률은 86.7%로 대부분의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고, 이 중 일부는 백신 부작용을 겪고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누적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건수는 9만5087건이고 이 중 사망 17건 포함 2만3688건(27.4%)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결정했다.

코로나19로 국가적 경제 손실은 연간 수십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제약사 MSD가 최근 발표한 경제적 비용 추정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례 기준 한국의 연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경제 손실은 36조2100억원으로 추산된다. 직접 비용이 1조5100억원, 간접 비용이 34조7000억원이다. MSD는 최악의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2.0의 경우 한국의 연간 경제적 손실이 121조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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