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노동자 동의 없이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무효”

2023. 5. 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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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인 다수의견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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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 취업규칙 새 판례
불이익변경 시 노조 또는 노동자 과반수 동의
‘집단적 동의권’ 절차적 중요성 강조
대법원[헤럴드DB]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일 현대자동차 간부 A씨 등이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대차는 2004년 7월부터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월차 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연차휴가를 최대 25일로 제한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했다. 기존엔 직위에 상관없이 통일된 취업규칙이 적용됐으나 2003년 법정근로시간이 주44시간→주4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신설됐다. 당시 사측은 전체 간부사원 89%(6683명 중 5958명)의 동의를 받았지만 노조 동의는 받지 않았다. 이에 A씨 등은 신설 취업규칙 중 ‘연월차휴가’ 부분이 무효라 주장하며 지급받지 못한 연월차휴가수당에 대해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94조1항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기존 판례는 근로자의 집단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변경 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7인 다수의견으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헌법과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근로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라고 했다. 이에 “원심이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았으므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근로자 측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는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도 유효하다고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근로자 측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대법관 6명은 별개 의견을 통해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집단적 동의권 남용 법리는 그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며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와 비교하여 결과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는 그동안 사례가 축적돼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확보됐고, 오랜 기간 판례 법리로 타당성을 인정받아 사회일반의 신뢰가 구축돼 있으므로, 종전 판례를 변경할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부당이득은 법률상 원인 없이 피고가 이득을 얻고 원고들에게 손해가 발생해야 성립하지만 사측에 어떠한 이득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항소심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간부사원만이 아닌 승진 가능성 있는 근로자 전체가 동의의 주체에 해당하므로 과반수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현대차노조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간부사원 취업규칙의 연월차휴가 부분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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