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반체제 인사 "우리가 극우 군사블로거 암살에 관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지난달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친정부 성향 군사블로거 피살 사건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 반체제 단체 인사가 등장했다.
이 인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극좌·극우를 가리지 않고 여러 게릴라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반체제 인사 로만 폽코프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자신이 속한 반체제 조직 '로스파르티잔'의 최대 성과가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본명 막심 포민)를 암살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해온 타타르스키는 지난달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다리야 트레포바에 대해 폽코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2011년 반 푸틴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뒤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건너가 활동하고 있는 그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을 대신해 암살자를 고용, 타타르스키 살해를 도왔다는 소문에 휩싸였지만 자신이 직접 이 일에 관여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하원이 이끄는 다른 반체제 조직 '국가공화군'(NRA)도 당시 공격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포린폴리시는 폽코프가 "푸틴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은 러시아인이 이끄는 게릴라 활동뿐"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유럽으로 망명한 러시아인들의 비폭력 저항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절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로켓 공격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러시아에 있는 동지들은 독재에 맞서 목숨과 자유를 위험에 드러내놓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유럽에 이민한 러시아인들은 카페에서 대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열차 탈선, 전선 폭파, 다리 파괴 등 각종 공격도 무장 반란의 일부라고 반체제 단체들은 주장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반체제 단체들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러한 주장을 일축했고, 우크라이나는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여러 반체제 인사들과의 대화와 공개된 정보를 종합했을 때 일부 단체들은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포노마레프 전 의원은 자신이 러시아 내 게릴라 단체 대여섯곳과 연결돼 있으며, 이들 단체에 우크라이나의 지원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포린폴리시에 밝혔다.
그는 무기나 폭발물을 전달한 것이냐는 물음에는 "게릴라 단체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꽤 명백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포린폴리시는 활동 증거가 있는 반체제 단체로 '무정부-공산주의자 전투조직'(BOAK), '스톱 더 왜건스'(STW), '러시아의 자유 군단'(Freedom of Russia Legion), 극우 조직인 '러시아 의용군단'(RVC) 등이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포노마레프가 이끄는 NRA의 존재에 대해서는 의구스러운 점이 있다면서 보안 문제로 비밀리에 운영되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크라스노야르스크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폭발 등 각종 사보타주(파괴공작)를 수행한 BOAK는 포노마레프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받는다고 언급한 단체 중 하나다.
데니스 카푸스틴으로 알려진 극우주의자 데니스 니키틴이 이끄는 RVC는 지난 3월 2일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 브랸스크로 잠입, 민간이 2명이 사망한 급습 활동을 전개했다. RVC 활동가들이 러시아인들에 무기를 들고 체제에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온라인에 퍼져 있다.
니키틴은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 국경 보안의 약점을 드러내고 러시아인들의 반란을 조장하도록 이 작전을 승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폽코프는 극좌 단체인 BOAK와 극우 단체 RVC가 모두 반 정부 활동을 벌이는 것은 놀라운 게 아니라면서 "푸틴 정권이 광범위한 사람들을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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