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멸 위기에 발가벗겨진 인류의 자화상”…‘노출’ 국내 번역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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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생태문화학자 스테이시 얼라이모의 저서 '노출-포스트휴먼 시대 환경정치학과 쾌락(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1만8000원)'이 국내에 번역 출판됐다.
그의 포스트휴먼 시대 환경정치학 주제의 세번째 역작인 '노출'은 인류가 심각한 공멸의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음을 경고하고 이를 극복할 실천적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얼라이모는 횡단신체성 개념에 기반해 인류세의 파국과 이를 막으려는 저항과 절규가 분출하는 노출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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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위기와 도전은 대멸종을 예고하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깊어가는 불평등, 전대미문의 팬데믹, 타협 없는 극단적 적대 등으로 표현되는 인류세적 위협이다.
‘이론은 당대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고 했던가. 얼라이모는 인류세를 초래한 세계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실상에 대한 새로운 이론(존재론)이 필요하다면서 ‘횡단신체성(transcorporeality)’ 개념을 도입한다. 이는 직전의 그의 저서 ‘말, 살, 흙’(그린비)의 핵심 개념이다.
횡단신체성은 인간을 포함해 모든 존재가 신체(몸)를 통해 다른 생명체 및 비생명체(물질)와 구체적인 장소에서 관계 맺으면서 경계없이 뒤엉키면서 생성되는 실상을 말한다. 이 존재론은 물질을 불활성의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행위능력을 가진 능동적 존재로 파악하는 신물질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어떤 요소들로 뒤엉키느냐에 따라 그 세계는 이 책에서 말하는 상호 연결의 쾌락과 기쁨이 넘치는 어떤 것일 수 있고,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이 제시한 ‘위험사회’일 수도 있다.
‘위험사회’는 안전이 위협받으면서도 예방이 어렵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테면, 물과 공기, 음식, 가구와 의류의 독성, 미세 플라스틱, 방사능 등에 노출된 인간은 부지불식간에 건강과 안전을 위협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예상하고 통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얼라이모는 횡단신체성 개념에 기반해 인류세의 파국과 이를 막으려는 저항과 절규가 분출하는 노출의 현장으로 나아간다.
노출은 인류가 위험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의미 외에 이런 위험을 저지하려는 나체 시위 같은 맨몸 저항을 의미한다. 가수이자 환경 활동가인 라 티그레사는 벌목꾼들을 상대로 자신의 가슴을 노출시키는 시위를 벌여 숲의 황폐화를 저지한다.
거친 벌목 장비와 벌목자의 관음증, 거대하고 차가운 빙하에 맞선 맨 몸은 인간의 취약함을 상징한다. 나약함의 자각은 간절함을 부른다. 절박한 노출은 무장(武裝)이다. 노출이 취약함인 동시에 강인함인 이유는 이렇다.
얼라이모는 행동을 독려하고 촉구한다. ‘노출’과 ‘쾌락’ 같은 키워드의 문학과 영화, 단편 동영상, 시각예술, 나체 시위 등 다양한 형태의 저항적 행위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상호 연결된 횡단신체성의 세계에서 실천 가능하고 호방하면서도 유쾌한 윤리학과 정치학을 제안한다.
얼라이모의 한국어판 서문 제목은 ‘전 지구적으로 노출되고, 지역적으로 수리한다(Global Exposures, Local Repairs)’이다. 지구적 위기 극복도 내 동네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런 기조 위에 인류세 극복을 위한 조용한 해법으로 ‘야생이 숨쉬는 마당 만들기’를 제안한다. 이 마당은 생명체와 비생명체, 인간과 비인간이 뒤엉키는 횡단신체적 장소다. 그 ‘가로지름’의 마당이 하나 둘 늘어날 때, 그로인해 인간과 비인간의 벽이 하나 둘 허물어질 때, 인류 공멸의 수은주는 조금씩 떨어지지 않을까 그는 기대하는 듯하다.
역자인 김명주 충남대 영어영문과 교수와 이연숙 박사(영문학)는 영문 번역을 책임졌고, 김정숙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영문번역과 문장다듬기, 지명훈 동아일보 기자(철학 박사)는 문장다듬기와 철학용어 검토를 맡았다.
대전=강은선 기자 gro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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