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는 무조건 장남이?…대법 "성별 구분 없이 최연장자가 제사 주재자"

대법원 외경 / 사진=연합뉴스

상속인들 사이에서 제사 주재자가 협의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의 자녀 중 연장자를 제사주재자로 가장 우선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망인의 본처 A씨와 두 딸이 내연녀 B씨와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을 상대로 낸 유해인도 소송에서 원고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판결은 적자와 서자의 구분 없이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기존 판례를 15년 만에 변경한 것입니다.

망인은 지난 1993년 A 씨와 결혼해 슬하에 딸 둘을 뒀습니다. 그런데 혼인관계가 계속 중이던 2006년에 외도를 저질렀고 내연녀 B씨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습니다.

남편이 사망하자 B씨 주도로 장례식이 진행됐고, 망인의 유해를 한 추모공원에 봉안했는데, A 씨와 두 딸은 '추모할 권리'를 되찾고 싶다며 유해인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모두 기존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법률상 배우자인 A씨가 아닌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민법상 고인의 유해와 분묘 등 제사용 재산의 소유권은 제사주재자에게 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08년 11월 "망인의 공동상속인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적서를 불문하고 장남 내지 장손자가,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장녀가 재사 주재자가 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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