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권에 투자일임업 허용 검토…"비이자수익 확대"(종합)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금융당국이 미국은행 비이자비중의 40% 수준에 불과한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행권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부위원장은 전날 민간전문가 등과 함께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8차 실무작업반'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 대비 비이자이익 비중은 최근 5년 평균 12%로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30.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국내은행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와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외환수입수수료는 대형증권사·빅테크 등과의 경쟁 심화로 점차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펀드·방카 수수료는 고객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어, 수수료만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은행권은 수수료 중 국민의 금융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계좌유지 등 각종 서비스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이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 방침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은 이날 회의에서 투자일임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허용되고 있어 은행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은행권은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기관·고액자산가 또는 상품판매 중심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벗어나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이 본인의 니즈에 따른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란 입장이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의 광범위한 영업망을 통해 자산관리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되고, 금융업권·금융회사간 경쟁·혁신 촉진으로 자산관리서비스 품질 향상과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증권업계의 핵심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전업주의 하에서 금융지주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 차원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은행과 증권업계의 고객 성향 차이를 고려할 때, 신뢰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은행의 고객에 대해 투자일임을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향후 TF 또는 실무작업반에서 이에 대해 재차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건의한 투자일임업에 대해 과거 방카슈랑스 등 겸영업무 허용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는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은행권에게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영수 은행과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증권사가 일임을 하는 관점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일 것이고, 은행의 자산관리 관점은 장기적으로 생애주기까지 감안해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일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은행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밖에 은행권은 또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 앞서 발표한 방안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은행의 벤처펀드 출자한도가 자기자본의 0.5%에서 1%로 2배 상향됨에 따라,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벤처펀드에 출자할 수 있게 됐다. 또 투자자문업 범위 확대로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신탁업 혁신방안에 따라 향후 법령 개정이 완료되면 가업승계신탁, 후견신탁 등 새로운 신탁서비스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융업을 제한적으로 하고 있는데, 향후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이 마련되면 사업모델을 보다 다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 방안 중 금융-비금융 융합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는 방안을 6월 말까지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강 과장은 "감독당국이 (비이자수익 비중과 관련한)목표치를 별도로 설정해서 관리할 계획은 없다"며 "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정서상 맞지 않기도 하고, 은행권에서 비이자수익을 미국의 모형을 따와 하겠다고 하면 실행이 불가능하고, 예금 고객들이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부분을 감안해 지금 상당히 낮아진 ATM 등의 수수료 보다는 벤처투자 확대, 자산관리서비스 등 나머지에 주력하겠단 은행권의 방향 제시는 충분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도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투자자문업 범위가 확대됐는데 은행권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신탁업 혁신방안에 따라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다양한 신탁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은행권이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해외에서 거두는 이자수익은 국내 이자수익과 달리 은행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다음 제9차 실무작업반은 오는 24일 열린다.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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