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 없이도 후불결제 가능해진다…네카토 '환영'·카드사 '우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결되면서 네이버·카카오·토스(네카토) 등 빅테크가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없이도 선구매 후불결제(BNPL) 서비스를 할 길이 열렸다. 이번 개정안에는 빅테크가 반대했던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준용 관련 조항도 빠졌다. 빅테크는 환영했지만 후불결제를 경쟁 서비스로 보는 카드사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개정안에는 네이버·카카오·토스(이하 네카토) 등 선불결제 사업자가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으면 후불결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후불결제는 미리 충전한 선불금이 부족할 때 30만원 한도로 나중에 결제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결제 대금을 나중에 낸다는 점에서 신용카드와 성격이 유사하지만 후불결제 서비스는 한도가 월 30만원으로 제한된다. 또 카드사는 채권 발행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신용카드 사업을 할 수 있는 반면, 선불결제 사업자는 자기자본으로만 후불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현재 후불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네카토 3곳이다. 네이버와 토스는 월 최대 30만원까지, 카카오페이는 모바일로 교통카드를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 월 15만원까지 후불결제를 지원한다. 네카토가 후불결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선불결제 사업자가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법률이 없었다. 이로 인해 네카토는 금융위의 규제 샌드박스 지정을 거쳐 한시적으로 후불결제 사업을 운영할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전금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앞으로는 금융위의 승인을 거쳐 기간의 제한 없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기존에 쟁점이 됐던 여전법 준용 조항도 삭제됐다. 해당 조항은 후불결제 사업을 할 때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여전법 내 신용카드 사업 규정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후불결제 서비스와 신용카드 사업을 동일하게 규제하려는 취지의 조항이었으나 월 30만원 한도의 서비스를 신용카드 사업과 똑같이 규제해선 안 된다는 핀테크 업계의 반발로 개정안에서 빠지게 됐다. 대신 개정안에는 후불결제 업무의 범위, 이용 한도, 건전성·신용정보 관리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빅테크는 전금법 개정안 의결을 두고 환호하는 모습이다. 한 빅테크 관계자는 "전금법이 개정되면서 이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워낙 오랫동안 기다렸던 법률이라 개정안 의결은 핀테크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빅테크 관계자는 "기존에는 1~2년의 유효기간을 두고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이젠 자격 조건만 갖추면 후불결제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며 "여전법 준용 조항도 핀테크 입장에선 과도한 규제였는데 빠지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빅테크의 후불결제를 경쟁 서비스로 여기는 카드업계는 여전법 준용 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하이브리드 카드'에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규제를 대통령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드사에서 발급하는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특징을 혼합한 카드다. 기본적으로 계좌에 돈이 있어야 결제가 되지만 잔액이 부족한 경우엔 최대 30만원까지 후불결제를 지원한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당국의 규제로 인해 1인당 최대 2장까지만 발급된다. A카드사와 B카드사에서 하이브리드 카드를 각각 1장씩 발급받았으면 이후엔 어떤 카드사에서도 추가로 하이브리드 카드를 발급받을 수 없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빅테크의 금융 산업 진출로 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며 "빅테크는 월 한도가 30만원이라는 이유로 카드사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선 안 된다고 하지만 그건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한 소비자가 네이버와 토스에서 각각 30만원을 후불로 결제하면 결국 1달간 이용한 후불결제 한도는 60만원이 되는 셈"이라며 "개정안엔 여전법 준용 조항이 빠졌다고 해도 시행령을 제정할 때 하이브리드 카드 규제처럼 후불결제 금액에 대한 인당 한도나 선불결제 사업자 통합 한도 등 일정 수준의 규제가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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