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CK 파업 대체인력 '불법성'도 농후…손놓은 노동부

전남CBS 최창민 기자 2023. 5. 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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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라카본코리아 불법파견 의혹④]
노무 전문가들 노조법상 원청 사용자성 인정 추세
여수노동청, 관리감독 손 놓아 파업 사태 장기화 초래
노사 간 잠정합의안 도출…12일 조합원 찬반 투표
초과근무, 불법파견, 산안법 위반 등 후속 조치 관심
편집자 주
석유화학의 최종 단계에서 생산되는 불순물인 블랙카본으로 타이어 주원료를 생산하는 외국계 기업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의 총파업이 전남 여수국가산단 조성 이래 최장기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일 노조 지도부가 공장 사일로 옥상을 점거하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남CBS는 원청인 비를라카본코리아의 불법파견 의혹과 열악한 작업 환경, 부당노동 행위 의혹 등을 차례로 연재한다.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공장 안에서 사내하청 노조가 천막을 치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최창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단독]여수산단 BCK 블랙카본 실험실 '불법파견' 의혹
② [단독]BCK 불법파견 증거 '파기'…조직적 은폐 논란
③ "손전등 들고 깜깜한 창고로"..여수산단 BCK 산안법 위반 논란
④ [단독]BCK 파업 대체인력 '불법성'도 농후…손놓은 노동부
(끝)

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의 파업이 70일째인 11일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이 나왔다. 지난 8일부터 진행된 고공농성 나흘만이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 파업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투입한 대체인력의 불법성 문제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부실 대응 등은 과제로 남아있다.

비를라카본코리아는 사내하청 노조 파업이 진행된 지난 두 달여 동안 대체인력을 투입해 공장을 정상 가동했다. 이들은 사내하청노조가 받던 임금보다 3배 가량 많은 임금을 받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노조의 쟁의행위 중 대체인력이 투입되면 노동조합법 위반이라는 점이다.

노동조합법 제43조를 보면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을 줄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대체인력 투입과 관련해 하청 업체측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업무에 투입된 대체인력은 하청과 관련이 없다"면서 "원청이 직접 계약해서 투입된 인력"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청 뿐 아니라 원청 역시 대체인력을 투입할 경우 노동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노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를라카본코리아에 투입된 대체인력이 원청에서 계약된 인력이더라도 관련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노조법상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지배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노동상담소 소장 신명근 노무사는 "실질적인 지배력과 영향력을 가진 원청의 업무가 쟁의행위로 중단됐고 원청이 대체인력을 사용하면 불법"이라며 "직접 근로관계가 없더라도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노무사는 "노조법상 비를라카본 원청에서 하청 근로자들에게 근로 조건 등에 관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부당노동행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농성장 옆 작업장에서 원청이 투입한 대체인력들이 분주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창민 기자

원청이 쟁의 중인 하청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해 대체인력을 투입해도 문제다. 신 노무사는 "예를 들어 다른 회사랑 했다면 현재 회사는 계약이 끝났다는 얘기"라며 "그것은 노동조합의 쟁의 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이중 계약을 한 것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파업 전 채용 인력이더라도 파업이 예상되는 근접한 시기였다면 문제가 된다.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박영민 노무사는 "만약에 파업 시기가 근접하게 채용된 정황이 있으면 파업 행위를 예상해서 대체인력을 미리 신규 채용한 경우 불법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하청의 파업 시 원청 대체인력 투입의 불법성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례는 없지만 노조법 43조 관련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추세는 분명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법률사무소 정온 배향미 변호사는 "아직 확정된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2020년부터 바뀌어온 최근 판례의 트렌드를 볼 때 사용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면서 "추후 분쟁으로 진행될 경우 다른 문제가 없다면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은 부당노동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남 여수국가산단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 지도부 2명이 지난 8일부터 40M 높이에 사일로 탱크 옥상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공장 외부를 둘러싼 철조망에 핀 장미 꽃이 이들을 응원하는 듯하다. 최창민 기자

비를라카본코리아 사내하청 노조의 파업은 사측의 대체인력 투입으로 무력화되면서 70일간 파업이라는 여수국가산단 조성 이래 최장기 파업을 기록했다.

파업 기간 노조는 현재 사업장에 투입된 대체인력의 불법성 여부, 원·하청 고용 관계 등을 파악해달라고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에 수차례 요구해왔지만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

여수노동청이 최근 판례 등을 토대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에 나섰다면 파업 상황이 지금보다 더 빨리 종료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 변호사는 "여수노동청도 단순히 옛날 방식으로만 볼 게 아니고 실질적으로 헌법상 노동3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면 결국은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적절한 지도감독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원 찬반 투표를 진행한 뒤 12일 오전 파업 종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잠정 합의안 도출에 따라 지난 8일부터 이어온 공장 내 사일로 탱크 옥상 고공농성은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파업 과정에서 100시간 초과근무 논란, 불법파견 의혹과 일지 파기 등 조직적 은폐 논란, 조명 미설치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논란, 대체인력 투입 논란 등 각종 불법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가 합의안을 받아들여 파업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여수노동청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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