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모두 가짜”… 미 하원의원, 사기·돈세탁 등 혐의로 체포 후 보석

최서은 기자 2023. 5. 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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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자금 유용·실업수당 부정 수급 등
모든 혐의 인정 땐 최대 징역 20년형
혐의 전면 부인하며 “마녀사냥” 주장
조지 산토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10일(현지시간) 롱아일랜드 연방법원을 나서며 언론에 이야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수성가 신화’의 감동 스토리를 내세워 의회에 입성했으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히게 한 조지 산토스 미 연방 하원의원(공화당)이 사기와 공금 절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뉴욕 동부연방지방검찰청은 사기, 돈세탁, 공금 절도, 허위진술 등 13개 혐의로 산토스를 기소해 10일(현지시간) 체포했다. 그는 50만달러(약 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나 법원에 여권을 반납했고, 워싱턴DC와 뉴욕 외에는 이동이 제한된다. 이에 따라 연방하원 회의에는 계속 참석해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다.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연방지검장은 “이번 기소는 산토스의 다양한 사기 혐의와 뻔뻔한 사칭 행각에 대해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라며 “공소장에 포함된 혐의들은 그가 연방 의사당까지 올라가고 재산을 불리기 위해 반복적인 거짓말과 사기에 의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주 롱아일랜드 연방법원의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한 산토스 의원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법원 밖에서 기자들에게 “이것은 마녀사냥”이라며 “나는 맞서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똑같은 수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산토스 의원이 3가지 의혹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공소장에는 산토스 의원이 선거자금으로 명품 옷을 사고 자동차 할부금과 카드 빚을 갚는 등 개인적으로 유용한 혐의가 기재됐다. 또 플로리다주의 한 투자회사에서 연봉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를 받으면서도 팬데믹 실업수당을 신청해 2만4000달러(약 3100만원)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적시됐다. 재산공개 서류에 소득과 자산을 거짓으로 적어 하원과 유권자를 속인 혐의도 받고 있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산토스 의원은 최대 2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욕주 연방하원 3선거구에서 초선 의원으로 당선된 산토스는 학력과 경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인생 스토리를 거짓으로 꾸며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뉴욕 명문대인 바루크칼리지대 학사와 뉴욕대 석사 출신이라고 주장했으나 대학을 아예 나오지 않았고,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에서 근무했다는 이력 역시 허위로 드러났다. 모친의 직업과 사망 시기, 유대인 혈통의 조부모가 2차 세계대전 중 나치로부터 겨우 탈출했다는 이야기도 모두 거짓으로 밝혀졌다. 또 본인 스스로 동성애자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2019년 이혼 전까지 여성과 결혼 생활을 한 사실이 드러나 성 정체성도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선거에서 “나는 아메리칸드림의 완전한 전형”이라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욕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그가 주장한 생애 대부분이 가짜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가상의 인물이 당선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토스의 허위 이력들이 드러난 이후 공화당 내에서도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산토스 의원은 물러날 생각이 없으며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화당은 일단 그의 유죄가 입증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모든 위원회에서 해임됐지만, 의원직 제명이나 징계와 같은 별다른 조치는 받지 않았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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