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행 소송 여성 몰라…우크라전 하루면 끝낼 수 있어” [특파원+]

박영준 2023. 5.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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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민사 소송 패소 후 생방송 출연
“지난 2020년 대선은 조작된 선거
의사당 난입 지지자 사면 의향 있어”
바이든 행정부 외교·경제 정책 비판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폭행 민사 소송에서 패한 이튿날인 10일(현지시간) 생방송에 출연, 자신을 고소한 여성을 만난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퇴임 후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는 혐의도 부인했다. 2020년 대선이 사기라고 거듭 주장하고, 재선되면 2021년 1월6일 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한 지지자들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대선후보를 초청해 정책과 자질을 검증하는 생방송 ‘CNN타운홀’ 행사에 출연,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전날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이 1996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사건과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총 500만달러(약 66억원)를 지급하라고 평결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여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캐럴이 백화점 탈의실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캐럴이 당시 60세 정도였고 서로에게 끌려 백화점 매장에 들어가 계산대 옆에 있는 탈의실로 들어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밀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문건을 유출한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있는 문서를 가져갔다.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가 가져갔고 닉슨(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가져갔고 레이건(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가져갔다”면서 “문건을 누구보다 많이 가져간 사람은 조 바이든(현 대통령)이다. 그는 1800개의 상자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첫 질문으로 2020년 대선을 결과를 여전히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대선이 조작됐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나는 그 선거에서 우리가 훨씬 더 잘했다고 생각한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면서 “그것은 조작된 선거였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겪어야 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2021년 1월6일 의사당에 난입해 유죄를 선고받은 폭도들을 사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들 중 몇 명은 아마도 통제 불능 상태였을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그들 중 상당수를 사면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연방법원에서 나오는 E 진 캐럴.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경제 정책을 비판하고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하루 안에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등을 계속해서 지원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많은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잘못됐다면서 “유럽이 우리를 비웃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내놓기를 원한다. 그들은 우리가 멍청이들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운데 어떤 국가가 승리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는 “승패의 관점이 아니라 해결의 관점으로 생각한다”면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 모두 그만 죽기를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범죄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만약 그를 전범이라고 한다면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와 거래하는 게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사람들은 그를 잡아서 처형하려고 할 것이고 그는 다른 상황에서보다 더 강렬히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해서는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파괴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여러 면에서 제3세계 국가가 되어버렸고 바이든 행정부에서 일어난 일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의 맨체스터 공항 앞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나와 환영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최근 텍사스주에서 한인 가족 등 8명이 사망한 총기 난사 사건을 포함 올해 미국에서 200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것과 관련, 재선이 되면 총기 규제를 강화하겠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나라에는 매우 큰 정신 건강 문제가 있다”면서 “다시 말하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총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사람이고,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고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생방송 행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CNN과의 맞대결 양상을 띠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날 방송은 전직 CNN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케이틀린 콜린스가 진행했다. 콜린스는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출입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편한 질문을 끊임없이 해 사사건건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콜린스의 면전에서 “CNN은 가짜뉴스”라고 말하거나 질문을 아예 무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백악관은 콜린스가 부적절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출입 정지를 하기도 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의 세인트존스 대학교 학생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1시간 정도 진행된 방송에서 행사에 참석한 국민 패널의 질의가 있을 때가 빼고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콜린스가 서로 자기의 할 말을 하느라 발언이 끊임없이 겹쳤다. 콜린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길어지거나 주제를 벗어나면 끊임없이 제지했고, 트럼프는 “내가 말해도 되느냐”,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됐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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