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거장에 ‘30분’…매일 밤 꽉 막히는 강남역 ‘열차 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광역버스 급증 영향
국토부 “2층 버스 증차·노선 변경 등 검토”
서울 강남역 부근에는 매일 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버스 열차’가 생겨난다. 신사·논현부터 강남역 방향으로 버스전용차로 정체가 극심한 탓이다. 강남으로 들어온 수도권 광역버스들이 다시 서울 밖으로 나가기 위해 주로 회차하는 논현 지역부터 정체가 시작된다.
지난 9일 오후 8시쯤 한 간선 시내버스를 타고 해당 구간을 지났다. 정체는 신사역을 지나면부터 시작됐다. 직선 거리로 900m가량 떨어진 다음 정류소(논현역)에 도착하기까지 17분, 여기서 그 다음 정류소(강남역)까지 가는 데도 11분이 소요됐다.
두 정거장을 지나는 데에만 약 30분 가량이 걸린 것이다. 해당 구간은 도보로 14분이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다. 한 남성 승객은 “(전용차로인데 버스가) 왜 이렇게 밀리는 것이냐”고 투덜거렸다.
버스 운행 애플리케이션(앱)을 보니 신사역~논현역~강남역 구간에는 같은 노선 버스가 총 4대 갇혀 있었다.
강남역 중앙차로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A씨는 “강남역에서 양재역까지는 기본 20분은 넘게 걸린다”며 “인근에서 직장생활을 한 지 1년이 됐는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이 밤에 강남 버스전용차로가 왜 이렇게 밀리냐” “버스전용차로가 일반도로보다 막힌다”는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일 밤 반복되는 정체는 시내버스 기사들에게도 고역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입석승차 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 광역버스 운행량이 급증한 영향이라고 입을 모았다.
버스기사 고모씨(59)는 “광역버스를 증차한 이후로 이 부근 정체가 말도 못한다”며 “(시외로 나가는)광역버스 입장에서는 가능한 승객을 많이 태우려고 정류장에 오래 정차하기도 한다. 사람이 몰리는 목요일이나 금요일은 더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역 구간을 지나는 다른 노선 버스기사 김병선씨(63)도 “보통 신사역 중앙차로 들어서 강남역 사거리까지 30분은 걸리는 것 같다”며 “(이 구역을 지날 때) 피로가 말도 못한다”고 했다.
상습 정체가 반복되면서 버스가 제때 돌아오지 못해 일일 운행횟수를 채우지 못하는 노선도 생기고 있다. 강북구에 있는 시내버스 B업체는 지난달 9회 결행이 발생했다. B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상황은 역대 최다 결행횟수”라며 “막차 출발 시간이 오후 10시50분인데 이 시간 안에 (차고지로) 돌아오지 못하면 기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지 못해 막차가 결행된다”고 말했다.
B업체는 지난 8일 ‘광역버스 정차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는 강남이나 서울역 등 혼잡한 도심지까지 들어오는 광역버스는 최대한 진입을 억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로 들어온 광역버스가 논현역까지 올라오지 않고 양재역에서 회차해 나가도록 권유하는 방안 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역버스의) 강남대로 진입은 가급적 막고 있지만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입석을 금지한 이후 차량을 증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지역은 전용차로가 기능을 못하고 있어 노선 조정과 회차지점 변경 등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광역버스 수요를 잠실·강변·사당 등으로 최대한 분산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대광위 관계자는 “2층버스 차량을 늘리거나 노선 변경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상반기에 연구용역에 착수해 강남대로 전용차로 혼잡도 완화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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