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체포 영장 기각에 별건 수사…외국인 불법 체포한 경찰관 ‘선고유예’

직권남용 감금 혐의 선고유예
체포 영장 기각되자 주거침입 혐의로 신병확보
재판부 ‘영장주의 원칙 위배”
“직무 적극 수행 과정 참작”

서울동부지법.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외국인 마약 사건을 수사하던 중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별건 체포영장으로 피의자를 불법 체포해 8시간가량 감금한 경찰관이 1심에서 선고 유예를 받았다.

11일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이민지 판사는 직권남용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과 자격정지 1년의 형을 선고 유예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외국인 B씨에 대한 마약 혐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다른 경찰서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발부된 체포영장으로 그를 체포하고 사무실에 8시간가량 데리고 있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A씨는 체포영장에 기재된 관할 경찰서나 체포지 인근이 아닌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사무실에 B씨를 인치하고 마약 사건 피의자로 조사를 진행했다. 범죄수사규칙 80조에 따르면 경찰관이 다른 경찰관서의 관할구역 내에서 현행범인을 체포한 경우 체포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에 인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A씨가 수사 과정에서 직무를 남용해 인권을 유린했다고 보고 징역 1년형과 자격 정지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직무권한을 남용해 용의자를 감금하고 주거 수색을 한 점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공소사실 인정되고 증거에 의하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25년간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적극적 임무를 수행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며 “(A씨가) 형사 징계 처분이 없다는 점도 정상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