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양영수 할머니 별세… 끝내 못 받은 손배소송 판결

미쓰비시 상대 2심 승소 뒤 대법 계류 중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고(故) 양영수 할머니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강제 노역한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가 11일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광주광역시 동구 금동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1944년 3월 광주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두 달 만에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동원됐다. 6학년 때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 수 있다"는 일본인 담임 교사의 꾐에 넘어간 것이다.

고인은 생전 "오빠는 징용으로 끌려가 집에 없고, 어머니는 옥중에 계신 아버지를 뒷바라지하시느라 가정 형편도 말이 아니었다. 내가 일본에 조금이라도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를 덜 괴롭힐 것 아니냐. 내가 좀 힘들더라도 집안이 좀 편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단체의 도움으로 2014년 2월 27일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두 번째 소송 원고로 참여해 2018년 12월 5일 광주고법으로부터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각 1억 원씩 배상하라"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이 상고하면서 고인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아보지 못하고 불귀객이 됐다. 유족으로는 1녀가 있다. 빈소는 대구기독병원장례식장, 발인은 13일이다. 장지는 대구 명복공원.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