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소리 시끄러워" 날 선 직원들…코로나가 남긴 뜻밖의 숙제
대기업 근무형태는 사실상 코로나19 이전으로 원상복귀
사무공간 내 인구밀도 높아지며 구성원 간 피로도 증폭은 해결과제
길었던 코로나19(COVID-19)는 우리 기업들에도 새로운 조직문화라는 흔적을 남겼다. 재택근무가 일상화하고, 화상회의가 늘어났다. 불필요한 비용과 이동시간이 줄었다. 회식 등 그간 필요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던 조직 구성요소들은 축소가 감지된다. 다만 길었던 비대면 근무 기간 이른바 '오피스 뉴노멀'이 자리잡은 만큼 대면근무 확대에 따른 '스트레스 지수' 관리는 각 기업의 핵심 숙제로 떠오른다.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코로나19 엔데믹(전세계적 확산 종료)을 선언하고 위기경보를 하향 조정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이에 앞서 사실상 포스트코로나 체제가 가동 중이다. 근무형태는 대부분 코로나19 이전으로 원상복구 됐지만 무형의 조직문화 면에서는 상당한 변화가 있다는게 현장의 전언이다.
낯선 개념이었던 재택근무는 완전히 일상적인 개념이 됐다. 대형 화학사 A사 관계자는 "제도는 있었지만 일반적이지 않았던 재택근무에 대해 이제는 서로 사정을 봐줄 수 있는 문화가 됐다"고 했다.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재택근무 인원이 나오면 현장근무 수요를 구성원들이 자동으로 공동 부담하는 상황이 됐다는 거다.
화상회의도 크게 늘어났다. 대형 제조업체 B사 관계자는 "'줌' 등 플랫폼을 통한 화상회의 시스템이 정착됐고, 오히려 대면회의를 선호할 것 같았던 임원들이 화상회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모이는데 필요한 시간 없이 곧바로 회의를 할 수 있고 준비되지 않은 자료도 바로바로 찾아 공유하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회식은 줄었다는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단체행사를 줄이는 트렌드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대형 전자기업 C사 관계자는 "한 번 없어진 회식 예산을 '잘파세대'(Z+알파세대, 즉 10대 후반과 20대를 뜻하는 신조어)의 반발을 감수해가며 굳이 늘리려 하는 부서장들이 많지는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생산현장 시스템도 대부분 팬데믹 이전 상황으로 복구됐다. 대형 제조사 E사 관계자는 "공정자동화같은 것들은 코로나19와 관계 없이 진행되던 것들이고, 생산일정을 맞춰야 하는 만큼 그간에도 방역을 강화한 상황에서 일상적 근무체제를 유지해 왔다"며 "코로나19로 생산현장의 시스템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다양한 사례 속에서 눈에 띄는건 뜻밖의 '짜증지수' 관리에 나서는 기업이 적잖다는 점이다. 대면근무가 일상화하면서 근로공간 내 인원이 늘어나고 소위 '부대끼는' 상황이 된다. A사 관계자는 "다른 구성원들의 전화 통화소리나 전화벨소리, 키보드 소리 등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지적하는 사례들이 회사 인트라넷 망에 게시되는 등 확실히 구성원들이 예민해진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오히려 1인당 근무 필요공간이 더 늘어났다고 보는 해석도 있다. D사 관계자는 "이전과 같은 인원이 일하고 있지만 체감하기엔 이전 대비 몇배나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듯 하다"며 "근무효율을 위해서는 구성원에게 허락되는 공간이 늘어나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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