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건물 리모델링 했더니 150억 귀한몸으로 재탄생
부동산 침체에 건물주도 고전
건물에 검증된 이름 붙여주고
지역특성 살려 맞춤형 리모델링
수익형 부동산으로 속속 탈바꿈
25일 '건물가치 빌드업' 세미나
'건물주'는 성공한 부자들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는 건물주도 충격을 피해갈 수 없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인해 공실이 늘어나고 세금 부담과 건물 관리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건물주가 늘고 있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의 '1분기 전국상업용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 보유로 인한 투자 성과를 보여주는 투자수익률은 오피스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다.
중대형 상가 수익률은 0.69%로 전 분기(0.84%) 대비 0.15%포인트 하락했다. 소규모 상가는 투자수익률 0.58%로 전 분기(0.80%) 대비 0.22%포인트 감소했다.
집합상가 역시 전 분기 1.07% 대비 0.23%포인트 떨어진 0.84%에 그쳤다.
자산가치 변동을 나타내는 자본수익률 역시 오피스를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와 소규모 상가는 각각 -0.15%, -0.19%를 기록했고, 집합상가는 -0.20%로 집계됐다.
제대로 된 수요예측 없이 건물을 짓거나 비싸게 상가를 분양받았다가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거래시장 위축 및 투자 수요 감소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오피스를 제외한 모든 상가 유형에서 투자수익률이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기존 건물의 가치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검증된 '건물 이름'을 붙여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일명 '죽은 건물 살리기' 건물주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매경부동산사업단은 새롭게 탄생한 건물에 '에스테온'이라는 이름을 붙여 오래된 건물의 수익성과 미관 개선을 돕고 있다.
현재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급 주상복합 건물인 서초에스테온과 경기도 과천시 과천에스테온 등을 관리·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건물주에게 공동주택, 코리빙하우스 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단 관계자는 "빈 상가와 오래된 건물에 주변 지역의 변화, 수요 변화 등을 고려해 전략을 수립하고 리모델링, 임대차 계약 등을 통해 건물 가치와 운영 수입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라며 "리모델링, 컨설팅, 세무, 법률, 프랜차이즈, 경매, 빌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물 가치를 높이고 운영 수익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초에스테온은 1987년 지어진 2층 규모 단독주택이 있던 곳에 들어섰다. 기존 주택은 한국의 '1세대 현대 건축가'로 유명한 김중업 씨가 설계한 유럽식 양옥이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거주 편의성이 떨어지고 무수익 자산이라는 한계에 부딪혔다.
건축주는 보기에도 좋으면서 거주에 편리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건축물을 새로 짓고자 했다. 이를 바탕으로 서초에스테온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함께 들어선 주상복합 건물로 지어졌다.
상층부에는 아파트형 고급 시스템 창호 등을 사용한 수직적 디자인의 주거시설이 들어섰다. 하층 기단부에는 현무암을 사용한 수평적 디자인의 상가시설이 조화를 이루며 자리 잡고 있다. 건물 바로 앞에 공원이 위치해 입주민들은 녹지 전망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
이 일대는 학군지로서도 우수하고 전문직, 예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가족 단위 거주 수요가 많은 편이다. 인근 고소득 직장인 수요도 확보 가능해 건축주는 다양한 형태로 임대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저층부 상가에는 고급 퍼스널 트레이닝 시설이 들어섰다. 1대1 강습 형태로 운영되는 이 시설은 거주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반응이 좋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일대가 인접한 정보사 용지 개발, 남부터미널 재개발 등 지역 호재와 맞물린 덕분에 건물 가치는 1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매경부동산사업단 관계자는 "공사비 등 개발 자금을 모두 고려해도 보증금, 운영수익으로 건물 가치가 극대화된 개발 사례"라며 "이 같은 건물은 자산 가치가 임차 보증금을 크게 상회하기에 최근 문제가 되는 역전세, 깡통전세와도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과천시 중앙동에 들어선 과천에스테온은 전원주택 스타일의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됐다. 이 일대는 대형 단독주택이 즐비해 서울 성북동이나 한남동과 같이 고급 주택 선호가 높은 지역이다. 중앙에스테온은 대지 661㎡(약 200평) 규모 '숲세권 단독주택'을 구입해 고급빌라 2개동으로 재개발한 건물이다.
과천에스테온은 서울 강남 생활권 편의를 누리는 동시에 다양한 개발 호재 덕분에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근거리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개통되고 과천지식정보타운, 과천지구·주암지구 개발 등이 진행 중이다. 사업단 관계자는 "과천에스테온 2개동 토지 가격만 80억원을 호가하고, 개발 후 가치는 13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개발 호재 지역 자산은 불경기 가격 하락에 대한 방어가 잘돼 역전세 가능성이 낮고, 중앙동은 4층까지만 건축돼 각 가구가 대지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주택의 실질 가치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건물 살리기'에 관심이 많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도 진행된다. 매경부동산사업단은 오는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스페이스쉐어 대치점에서 '불황기 건물주를 위한 건물가치 빌드업'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매경부동산사업단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한일규 변호사는 "낡은 건물과 공실률이 높은 건물은 가치 저하의 원인"이라며 "이 같은 건물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건물 가치 상승을 위한 임차인을 찾고, 자산 가치를 키우는 건물 운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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