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위한 도시냐, 시민이 원하는 도시냐…시민 참여에 달려"

백도인 2023. 5.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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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살기' 좋은 도시를, 기업은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시민이 침묵하면 기업이 원하는 도시가 된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1일 전북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열린 도시관리 정책토론회에서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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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시민이 주인인 도시" 토론회서 지적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촬영 = 백도인 기자]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시민은 '살기' 좋은 도시를, 기업은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 시민이 침묵하면 기업이 원하는 도시가 된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1일 전북 전주시 사회혁신센터에서 열린 도시관리 정책토론회에서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시민의 역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 교수는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이 토론회의 기조 발제 '시민이 주인인 도시'를 통해 "시민에게는 시민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 권리, 도시권이 있다. 그러나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런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시민이 원하는 도시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민이 원하는 도시를 만든 사례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를 들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2011년 지진으로 도심부가 파괴된 뒤 도시 재건계획을 마련하면서 시민 의견을 물었는데, 전체 50여만명 가운데 20%가 넘는 20만6천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관리 정책 토론회 [촬영 = 백도인 기자]

이들은 저층 건물의 도시, 곳곳에 쉼터가 있는 도시, 보행자를 위한 도시를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냈다. 옛 추억이 남아있는 건물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철거 대신 적절한 보존 방안을 마련하라는 제안도 했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고층 건물의 도시를 만들고자 하는 개발업자와는 정반대였다

결국 이 사안은 뉴질랜드 연방의회로 넘어갔고 오랜 논의 끝에 7층 이하의 저층 도시를 만들기로 하면서 사실상 시민의 승리로 끝났다.

정 교수는 보행권을 위해 싸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사례도 소개했다.

다카시는 자동차를 가진 일부를 위해 10억달러를 들여 고가도로를 만들기로 하면서 정작 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행자를 위한 사업에는 1천만달러만 배정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이 저항운동에 나섰고 결국 방글라데시 정부는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자며 한발 물러섰다.

정 교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북경 등 세계 각국의 아름다운 도시가 탄생하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 [촬영 = 백도인 기자]

샌프란시스코는 50여년 전인 1972년에 이미 도시경관 관리의 원칙과 방법을 담은 '도시디자인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언덕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도시 형태가 훼손되지 않도록 도시 전역에 일일이 최고 높이를 지정했고 높이 규제에 더해 건물의 전면 폭과 대각선 길이까지 제한했다.

중국 북경에서는 난개발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1982년부터 '역사 도시' 보호 노력이 시작됐다.

자금성 근처의 건물은 제한 높이인 4층을 넘으면 강제로 그 위층을 잘라낼 만큼 철저했고 그 결과 현재의 역사 도시가 유지될 수 있었다.

정 교수는 "이는 엄격한 규제를 토대로 한 도시계획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잘못된 규제도 있겠으나 공익과 안전, 환경을 지키기 위한 도시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익을 위해 끊임없이 규제 완화를 추구하는 것은 민간개발의 속성"이라면서 "용적률과 높이를 규제하고 건물 형태까지 제한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아름다운 도시, 시민이 원하는 도시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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