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디파이 투자 일반인은 어려운데”… 꼬리 무는 김남국 코인 의혹
디파이 상품 이용할 정도로 높은 이해도
간단한 질문엔 엉뚱한 답변
일각에선 “직접 투자한 게 맞느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가상화폐(코인) 투자 해명에 대해 가상자산업계에서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은 디파이(탈중앙화 금융·DeFi) 상품을 이용할 만큼 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가상자산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는 틀린 답변을 내놓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신 투자해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낸다.
11일 정치권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김 의원이 현재 받고 있는 의혹은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그가 부당한 이익을 실현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논란이 터지자 해명문을 내놓으며 “코인 거래는 대형 거래소에서 실명 계좌를 통해 거래됐다”며 “현금 및 가상화폐 이체 내역은 모두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이 부실할 뿐만 아니라 과거 발언과 다른 점도 있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입장문에서 2021년 LG디스플레이 매각 대금 9억원으로 처음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고 말했으나, 지난 9일에는 지인 추천으로 2016년 8000만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초기 투자시점이 바뀐 것이다.
현재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시가 총액 2위를 기록 중인 대형 코인이지만, 당시엔 출시된 지 7개월밖에 안 된 신생 코인에 불과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2016년은 지금과 달리 코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 않았다”며 “이더리움이 출시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김 의원이 투자했다면 코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증거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의원은 업비트,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 이외에 탈중앙화 거래소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그는 해명문을 통해 실명 계좌가 연동된 중앙화 거래소로만 코인 거래를 투명하게 거래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탈중앙화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업비트, 빗썸과 같은 중앙화 거래소는 시중은행의 계좌만 연동하면 자유롭게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다. 가상자산 보관, 관리 등을 거래소가 대신해 주기에 거래가 간편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반면 탈중앙화 거래소는 개인 지갑, 개인 키(지갑의 비밀번호)를 개설하는 등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다만 탈중앙화 거래소가 취급하고 있는 디파이 상품의 이자율은 대개 수십퍼센트에 달해 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김 의원은 탈중앙화 거래소 이외에 디파이 상품도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디파이 상품은 위메이드가 개발한 ‘클레바(KLEVA)’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스왑(Klayswap)’이다. 두 곳 모두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하면 그에 따른 보상 및 이자를 주는 서비스를 운용 중이다. 김남국 의원이 투자했다고 알려진 클레이스왑은 이자가 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코인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하기 어려운 투자 방식이다.
한 디파이 업체 임원은 “디파이 상품은 코인 가격이 폭락하게 된다면 막대한 금전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이 아닌 일반인은 하기 어렵다”라며 “김 의원을 비롯한 디파이에 투자한 사람은 코인업계에 깊은 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의원이 코인 투자 의혹에 대해 이상한 해명을 내놓으면서 가상자산업계는 김 의원이 정말 가상자산을 잘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가상자산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으면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에도 김 의원은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지갑(가상자산 시장에서 쓰이는 일종의 계좌) 주소를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인 키(비밀번호) 유출 위험이 있어 어렵다”고 답했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상자산 전문 컨설턴트 업체 임원은 “김 의원의 답변만 보면 기본적인 가상자산 지식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갑 주소를 공개하면 개인 키가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아이디만 보고도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도 “간단한 질문에도 황당한 답변을 내놓는 것을 보면서 몇몇 업계 관계자는 ‘정말 김 의원이 직접 투자한 것은 맞느냐’는 반응도 나왔다”며 “김 의원에 대한 의혹은 김 의원 스스로 키운 셈이다”라고 했다.
☞ 디파이(DeFi)
가상 화폐로 만든 일종의 ‘온라인 금융 상품’이다. ‘탈중앙화된 분산 금융 서비스(Decentralized Finance)’를 줄인 말이다. 이더리움이나 테더(USDT) 같은 가상 화폐로 투자하며, 블록체인 전문 업체나 개발자가 만든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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