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는 부끄럽다" 5·18 시민수습대책위원의 한탄

이영주 기자 2023. 5.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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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는 부끄럽소."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 대변인으로 참여했던 김성용(90) 신부는 5·18 43주기를 일주일 앞둔 1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김 신부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잠시 물러난 광주에서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날 김 신부는 5·18 당시 자신과 뜻을 함께 했던 수습대책위원들의 묘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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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김승용 신부, 43년 전 동지들 묘소 참배
"숨진 동지들에 부끄럽지 않아야" 강조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3주기를 일주일 앞둔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당시 수습대책위 활동에 참여했던 김성용 신부가 함께 활동했던 고 명노근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23.05.11.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살아남은 자는 부끄럽소."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 대변인으로 참여했던 김성용(90) 신부는 5·18 43주기를 일주일 앞둔 11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43년 전 수습대책위원 내 강경파로 활동했던 자신을 포함한 동지 13명의 뜻을 되새기고 기억하고자 묘역을 찾은 그는 "숨진 동지들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 신부는 1980년 5월 당시 계엄군이 잠시 물러난 광주에서 수습대책위원으로 활동하며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의인의 피의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이 사태를 근본적으로 수습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시민군 총기 회수에만 치중해온 직전 수습대책위의 행동과 방향을 질타했다.

나아가 5월 26일에는 계엄군의 광주 재진입을 막고자 고(故) 명노근 교수 등 수습대책위원들과 함께 '죽음의 행진'을 벌인 당사자기도 하다.

김 신부는 5월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광주의 실상을 전하기 위해 수습대책위원들과 협의하고 같은날 오후 광주를 떠난다. 광주의 실상이 전달된다면 김 추기경이 최규하 당시 대통령을 만나 계엄사의 강경대응을 완화하고 광주의 수습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김 신부는 13차례 검문을 거치고서야 다음날인 27일 밤께 서울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당일 오전 계엄군이 옛전남도청을 함락하고 시민군을 무차별 학살한 뒤였다. 이후 김 신부를 비롯한 수습대책위원들은 계엄당국에 연행돼 고초를 겪었다.

이날 김 신부는 5·18 당시 자신과 뜻을 함께 했던 수습대책위원들의 묘소를 찾았다. 명 교수를 비롯, 조아라 여사와 홍남순 변호사 등 동고동락을 함께 한 인사들 앞에서 그는 주저앉아 묘비를 한참 쓰다듬었다.

그는 광주 탈출 당시 자신에게 1만원을 빌려줬던 고 이성학 장로의 묘소에서 참배하기도 했다. 그의 도움 없이는 서울로 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되뇌인 그는 "이제서야 빌려준 돈을 갚는다"며 흰 국화를 한 송이를 묘소 옆 화병에 꽂았다.

항쟁 당시 마흔 중반이었던 그는 벌써 구순이 돼 양 손에 지팡이를 들었다. 부축없이 움직이는 것도 힘들지만 동지들을 향한 죄스러움은 매년 그를 민주묘지로 이끌고 있다.

그는 "명분 없이 총기를 반납해야 한다는 당시 수습대책위에 반발해 뜻이 맞는 재야 인사들이 모였다. 남동성당에 모여 시국을 논하던 이들이 이제 민주묘지에 잠들어 있다"며 "살아남은 것이 죄스럽다. 동지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하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43주기를 일주일 앞둔 1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5·18 당시 수습대책위 활동에 참여했던 김성용 신부가 헌화하고 있다. 2023.05.11.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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