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읽기] 기후위기 시대와 정치개혁

2023. 5.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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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서울=뉴스1) =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시대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 성장의 욕구는 탄소중립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단일대오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21년 영국 당사국총회(COP)는 석탄 발전 종식 합의에 실패했고 ‘탈석탄 청정전환 국제선언’에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2022년 이집트 총회도 석탄 탄소배출의 감축목표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체로 확대하는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으로 에너지 시장이 불확실해지자 몇몇 나라들은 기존 탄소중립 정책을 수정하는 에너지 안보 전략에 착수했다. 독일은 2022년 폐쇄되었던 유휴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고 오스트리아도 석탄발전소 재개계획을 발표했다. 네덜란드는 무연탄 화력발전소 설비용량의 35% 이상을 가동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해제했고 프랑스도 석탄화력발전소의 한시적 가동을 결정했다. 이러한 흐름은 온실가스 감축과 산업발전의 병행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탄소중립의 실현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 틀림없다. 이미 대기 중에 축적된 온실가스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기상이변과 재난재해로 지구촌을 흔들고 있다. 뜨거워진 지구의 경고는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피해 강도와 규모 또한 더 커질 것이다.

닥쳐와 있는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힘들지만 진정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로부터 초래되는 재난재해가 재앙으로 발전하지 못하도록 국가의 재난충격 흡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분명한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기후 환경과 경제산업의 성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어느 한쪽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과제다. 정부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해 얼마만큼의 변화가 필요하고 불가피한지에 대한 국민적 논의나 공감대 형성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범정부적 고민은 있되, 범국민적 고민과 논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임 정부에서 설정한 NDC 40% 적정성 논란과 새 정부의 40% 이행 수정 로드맵에 대한 이견,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믹스 구성비부터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기반 위에서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갖춰갈 때 가치와 관점의 차이를 최소화하며 진정성과 실천력을 담보할 수 있고 지나친 이념적, 정치적 접근도 차단할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는 먼저 정부의 이행 로드맵을 중심으로 정치권, 경제산업계, 환경단체 등이 각각의 가치와 관점의 차이를 줄이며 합의를 선도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으로 경제산업계는 고통스럽고 국민은 조금 더 불편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NDC 40% 목표를 향한 실천 가능한 이행 로드맵을 만들어 가야 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감축을 강제하는 국제질서에의 적극적 대응은 우리 경제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려는 노력은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이 도덕성을 가진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위상과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함께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재해는 가뭄과 홍수, 혹한(酷寒)과 혹서(酷暑) 외에도 코로나19처럼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펜데믹(pandemic)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의 재난재해 대응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기후위기 상황을 반영한 진일보된 통합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재난은 어렵고 힘든 소외계층에게 먼저 찾아오고 더 가혹한 만큼 약자 보호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변화가 취약계층 고용, 노동조건, 고용, 건강, 위생 등에 미치는 위협 요소를 분석하여 취약계층 보호 및 적응역량 강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표명한 바 있다.

기후위기 대응능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전쟁과 재난재해, 복합경제 위기든지 어떤 위기든 위기 극복의 기본은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 없이 한 국가나 사회가 가진 역량과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는 수십 년째 이념과 진영으로 갈라져 싸우는 분열의 정치다. 분열의 정치로 포퓰리즘과 안티(Anti)체제를 강화시켰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떨어졌다. 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의 계층 간 모순과 불평등구조는 악화되었고, 저출생 고령화, 연금 고갈, 기득권 강화 등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위협받고 있다. 지금과 같은 낡고 후진적인 정치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의 핵심은 한마디로 변화와 혁신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정파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작게는 우리 일상의 보호, 좀 더 크게는 대한민국, 더 크게는 지구촌 전체의 공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한 도전과제이고, 지금 대한민국에 주어진 과제는 이 도전에 제대로 응전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과 로드맵, 이를 지원하는 정치체제와 내용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제까지 한국 정치를 지배해 온 지역주의에 기반한 이념과 진영정치로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를 위해서는 첫째, ‘기후위기 시대의 정치개혁 선언’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는 지금의 정치와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사는 상극의 대결 정치가 아닌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제로섬 게임 영역이 아니라 교집합 영역이다. 기후위기는 지역과 정파, 이념과 진영을 가리지 않고 닥쳐오는데 미래세대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보다는 눈앞의 정파적 이익에만 매몰돼 있는 정치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탈이념, 탈진영 정치를 통해 개혁적 실용주의 정치시대를 열어야 한다.

둘째,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도 일반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국회 기후위기특별위는 비상설 특위로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이 부여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현안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책임 있게 활동하기 어려운 구조다. 통상적으로 상임위원회는 정부 부처에 맞추어 설치하고 있는데, 이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특정 의제와 관련된 사안을 종합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루는 융합상임위원회 설치를 고려할 시점이 됐다.

셋째, 정부도 조직개편을 통해 장관급 기후위기 대응부처를 신설해야 한다. 현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정책 수립과 집행 권한을 갖는 부처라기보다는 각 부처의 의견을 심의 의결하고 점검하는 기구다. 탄소중립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국무위원을 책임자로 하는 장관급 부처를 신설하여 기후위기 시대 각 부처에 분산된 업무를 하나로 통합하고 환경과 경제산업의 융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정치는 공존과 연대를 요구한다. 기후위기는 한 정파나 한 국가의 힘과 의지만으로 극복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치는 끼리끼리 해 먹는 패거리정치에는 익숙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정치는 익숙하지 못하고 불행히도 지난 몇 년간 안티(Anti) 정치체제는 오히려 강화되었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정치는 합리적 시각과 관점을 눈멀게 한다. 불과 25년 후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100주년이다. 지난 75년간 전쟁과 가난, 산업화, 민주화의 고난과 영광을 함께하며 전후(戰後) 대표적 성공 국가로 꼽히는 대한민국의 25년 후 모습은 어떠할까? 기후위기, 인구절벽, 양극화, 세계화의 붕괴 위기, 북한 핵(核) 등 증폭되는 위기 속에서 미래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집중력과 실천력 있는 논의를 촉구하고 기대해 본다.

/이태규 국민의힘 국회의원

※미래읽기 칼럼의 내용은 국회미래연구원 원고로 작성됐으며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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