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수영 소설집 '바질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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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50대 초반의 기정, 이현, 혜영 세 여성은 어느 늦가을 오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기정의 집 정원에 모여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굴곡진 과거의 시간을 돌아본다.
늦가을 한적한 호수처럼 잔잔한 분위기의 단편 '바질 정원에서'에 등장하는 중년여성 친구 셋은 맥주와 와인을 마셔가며 함께 한 오랜 시간과 정이 묻어나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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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바질 정원에서 = 한수영 지음.
대학에서 만나 평생의 친구가 된 50대 초반의 기정, 이현, 혜영 세 여성은 어느 늦가을 오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기정의 집 정원에 모여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굴곡진 과거의 시간을 돌아본다.
늦가을 한적한 호수처럼 잔잔한 분위기의 단편 '바질 정원에서'에 등장하는 중년여성 친구 셋은 맥주와 와인을 마셔가며 함께 한 오랜 시간과 정이 묻어나는 농담을 주고받는다.
"세 사람이 만나면 이렇다. 가슴 밑바닥에 있던 미안함과 이런저런 근심이 연기처럼 흩어져버린다."
세 친구의 대화가 서사의 거의 전부인 이 소설에서 독자가 읽어내는 것은 그러나 대화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함께 보내는 늦가을 저녁과 밤의 어느 '시간'이다. 이 시간이란 대학 신입생 때 만나 오십 중반에 이른 이 셋이 각자 서로를 보듬으면서도 독립적으로 서로를 '물들이며' 지내온 그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게, 우린 서로 물든 사람이었네"라는 깨달음.
'바질 정원에서'는 2002년 단편 '나비'로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소설가 한수영이 17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소설집이다.
꽉 짜인 구성과 언어의 팽팽한 밀도 등 단편소설의 고전적 미학과 규범들에 충실한 단편 아홉 편이 수록됐다.
강. 284쪽.
▲ 별일은 없고요? = 이주란 지음.
이주란의 세 번째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의 화자들은 욕심이랄 것도 없이 평범하게 살고 싶었지만 거친 세상은 이런 그들을 너무도 쉽게 내친다.
실패의 기억, 유년의 상처, 가족과의 이별 등 도처에 널린 고통과 슬픔 속에도 등장인물들은 소중하고 따뜻한 인연들로 인해 다시 한번 살아갈 힘을 얻는다.
단편 '어른'에 등장하는 '아줌마'는 그런 인연 중 하나.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을 느끼며 '나'는 아줌마가 알려준 방식으로 달린다.
다양한 상처와 상실의 풍경, 그리고 상실 이후를 건너가는 단단한 발걸음을 담은 단편 여덟 편이 수록됐다.
한겨레출판. 280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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