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조가 불매운동까지 하나" 직원들도 등돌리는 삼성 노조

김민성 기자 2023. 5.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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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 노조가 국제행사장에서 회사를 비판하고, 조합원들에게 연봉 협상 거부 독려 등을 진행하자 직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삼성전자엔 약 12만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노조 가입자 수는 1만명 수준으로, 조직률은 8% 수준에 그친다.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의 회사 규탄 행위와 국제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극렬한 투쟁에 나선 행태를 두고 삼성 직원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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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망신주기·불매운동 기획 나오자 직원들 '자멸적 투쟁' 비판
가입률 8% 그치며 대표성 결여…"여태 보여준 협상력 있나" 의구심
2022.2.1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어느 기업 노조도 자사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이진 않습니다. 사측에 대응할 카드가 겨우 불매운동이라면 노조에 더욱 기대할 것이 없죠." (삼성전자 직원)

삼성전자(005930) 노조가 국제행사장에서 회사를 비판하고, 조합원들에게 연봉 협상 거부 독려 등을 진행하자 직원들로부터 외면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노조원 가입자 수가 전체 직원의 8% 수준에 그치는 데다 대내외적인 협상력까지 보이지 못하면서 노조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노조에 삼성 내부에선 '자멸적 투쟁'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 9일 세계 140여 개국 노조가 모이는 '전자산업노조 글로벌 네트워크 회의'에 참석해 "사측과 교섭을 통해 대화로 풀어보고자 많은 노력을 했지만 노조를 무시하고 무력화하려 한다"고 회사 측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파업뿐 아니라 국제적인 삼성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전삼노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까지 나서 "삼성전자 교섭이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적 결의를 통해 '불매운동'까지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식 협상기구인 노사협의회가 합의한 임금협상과 관련해서도 전삼노는 '연봉 협상 거부 운동'을 펼치며 엄포를 놓고 있다.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4.1%(기본 인상률 2%·성과 인상률 2.1%)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삼노 측은 노조 홈페이지에 "2023년 연봉 사인에 거부하시기를 요청드린다. 인사부나 부서장 면담에서 압박당한다면 증언을 확보해 제보해달라"고 했다.

전삼노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의견을 대변할 만큼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삼성전자엔 약 12만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노조 가입자 수는 1만명 수준으로, 조직률은 8% 수준에 그친다. 전체 직원의 50% 이상을 노조원으로 확보해야만 비노조원도 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탓에 삼성전자는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전삼노가 아닌 노사협의회를 통해 해마다 임금 인상률을 정해왔다.

무엇보다 국제무대에서의 회사 규탄 행위와 국제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며 극렬한 투쟁에 나선 행태를 두고 삼성 직원들의 시선이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6400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5% 급감했고, 2분기엔 적자까지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반도체 한파에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아무리 사측과 협상을 해야 하는 상대방이라 해도 이런 상황에서 망신주기, 불매운동까지 벌이는 게 노조로서 적절한 행동인지를 놓고 회의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삼성 사내 게시판에도 회사를 망신 줘서 임금을 올리는 협상 자체는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조 결성 후 2~3년간 협상력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 없다. 그저 임금 인상만 외치고 어느 것 하나 (사측으로부터) 얻어낸 것 없는 노조에 어떻게 힘을 실을 수 있나" 등 노조의 협상력에 의구심을 품는 글들도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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