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모기지 ‘황금수갑’ 못 놓는 미 주택시장···아무도 팔지 않는다
미국에서 지난 한 해 빠른 속도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오르면서 기존에 받아둔 낮은 모지기를 포기하지 못해 집을 팔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단했다. 이때문에 주택시장에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져 주택 가격이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고 있다.
WSJ는 부동산 플랫폼 리얼터닷컴 자료를 인용해 봄 이사 철인 지난달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 매물이 2019년 4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10일(현지시간) 전했다. 또 지난달 새로 나온 매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매물이 적어지면서 주택 가격 또한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 결과, 3월 기존 주택 판매가격 중간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9%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주택 판매는 1년 전보다 22%나 줄었다.
과거 경기침체기에는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하며 경제 충격으로 이어졌지만 현재는 주택 소유주들이 집을 파는 것을 꺼리면서 이전의 경기침체와는 차별화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다만 이같은 흐름이 10차례 연속 금리를 올리면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기존 주택을 팔지 않으려는 현상이 저금리 시절에 받은 모기지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전했다. 미 모기지 분석회사인 블랙나이트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30년 고정금리 모기지 이용자 3분의 2가 4% 이하의 이자율을 적용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4일 기준 신규 모기지 상품의 평균 이자율은 6.39%였다.
WSJ는 기존에 받았던 저금리 모기지를 ‘황금 수갑’에 비유하며, 이사를 가고 싶지만 ‘황금 수갑’을 포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표현했다. 지난 2월 리얼터닷컴의 설문조사 결과, 향후 1년 내 보유주택을 매매할 계획을 가진 응답자 가운데 56%는 이자율이 하락할 때까지 매매를 늦출 계획이라고 답했다.
미 국책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내놓는 것을 포기하면서 공급부족이 발생하고 있다”며 “신규 주택구입 희망자들의 시장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존 주택공급 부족으로 신규 주택건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다만 이런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은퇴를 했거나 원격근무를 계속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높은 모기지 금리를 상쇄할 만한 저렴한 집을 구매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자가 거주 주택 인구의 약 38%가 담보 대출 없이 집을 구매했고, 지난 3월 기존 주택 판매 계약의 약 27%는 전액 현금 구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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