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농어촌공사, 포항 물난리 때 ‘저수지 범람’에도 안전조치 없었다
검찰, 농어촌공사 직원 2명 등 구속영장 청구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숨지는 사건과 관련해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가 범람했음에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냉천 상류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인 오어지는 지난해 9월 6일 새벽 시간 100%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만수위를 기록한 오어지에서는 둑을 넘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은 집중호우로 냉천이 범람해 남구 인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침수시킨 날이다. 이 아파트 주민 7명은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침수가 우려되니 지하주차장 차량을 옮겨달라’는 관리사무소 측의 안내방송에 따라 일시에 지하 주차장으로 갔다가 변을 당했다.
하지만 오어지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포항·울릉지사는 저수지 둑을 넘어 엄청난 양의 물이 방류됨에도 포항시와 주민 등에게 홍수 발생 우려나 주민대피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저수지 물이 넘쳐 인명과 재산피해가 우려될 경우 이같은 사실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고 당일 농어촌공사로부터 ) 물이 저수지 둑을 넘어 흘러넘치고 있다는 연락을 따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어지는 400만t 이상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댐이다. 저수지에서 많은 양의 물이 출렁이며 하류로 방류되자 냉천이 갑작스레 범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아파트 주민들은 “마치 강물이 바닷물처럼 파도치는 것 같았다.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물이 떨어져 출렁인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농어촌공사 직원 2명과 아파트 단지 관리소 관계자 2명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경찰은 힌남노 북상 당시 담당 공무원과 아파트 관리업체, 농어촌공사 등이 부실하게 대응해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집중 수사해왔다.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향후 재판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농어촌공사 직원에 대한 유죄판결이 나오면 손해배상 등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어서다.
2020년 8월 섬진강 수해 주민들에 대해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관련 기관의 책임을 48%로 한정하는 조정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댐 관리 수탁자인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환경분쟁조정금 1486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변을 드리기 곤란하다”며 “다만 엄청난 양의 폭우가 내린 재난으로 인한 사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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