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에 다시 만난 ‘과일가게 옆 통학로’ [사람IN]

전주·변진경 기자 2023. 5. 11. 15: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고다발지역이라서 현장 취재를 나간 지역이었다.

10여 년간 초등학교 반경 300m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32건에 달했다.

상가 건물 중간을 가로지르는, 아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 많은 어린이들이 사고다발지역을 피해 학교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4월20일 오후, 2년 후에 다시 찾은 과일가게는 여전히 바쁘고 활기찼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박주현(왼쪽)·김지연씨 부부가 '인후초 가는 길' 앞에 손을 잡고 섰다. 이 통학로는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박씨 부부가 동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2013년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만들어놓은 길이다. ⓒ시사IN 박미소

사고다발지역이라서 현장 취재를 나간 지역이었다. 10여 년간 초등학교 반경 300m 내에서 발생한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32건에 달했다. 인도 없는 길 위에서 학생들은 곡예하듯 차와 오토바이를 피해 학교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안전 숨구멍’ 같은 길이 하나 있었다. 상가 건물 중간을 가로지르는, 아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통로를 지나 많은 어린이들이 사고다발지역을 피해 학교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건물에서 과일가게(전북 전주시 전주로컬푸드)를 운영하는 박주현(왼쪽)·김지연씨 부부가 2013년 건물 설계 단계에서부터 동네 어린이들의 통학 안전을 위해 만들어놓은 길이었다(〈시사IN〉 제734호 ‘어린이 사고 난 자리, 미안하다 말하는 어른들도 있다’ 기사 참조).

2021년 〈시사IN〉 ‘스쿨존 너머’ 기획에 이 이야기가 소개된 이후 이 부부에게 호응이 쏟아졌다. SNS상에서 “과일가게 사장님 돈쭐 내자”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가게를 찾아갔다. 최근 KBS 뉴스에서 소개된 이후 이들은 더욱 유명 인사가 되었다. 언론, 지자체, 교육청, 정치권에서 연일 ‘통학로 내준 건물주’를 언급하며 찬사를 보냈다.

4월20일 오후, 2년 후에 다시 찾은 과일가게는 여전히 바쁘고 활기찼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인터뷰하는 김지연씨 등 뒤로 동네 어린이 수십 명이 책가방을 메고 그 통로를 거쳐 하교하고 있었다. 어린이뿐 아니었다. 유아차에 탄 아기, 배가 부른 임신부, 지팡이 든 할아버지도 이 부부가 만들어놓은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을 이용했다. 그 길 말고는 여전히 주변에 인도 등 보행자를 위한 안전시설이 전무한 상태였다.

쏟아지는 찬사와 칭찬에 얼떨떨하지만 이 부부가 그 길에 부여하는 의미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사회를 위해 무슨 큰일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동네에서 장사하다 보면 엄마 뱃속에 들어 있던 아이가 아장아장 걷고 어느새 그 아이가 커서 유치원 가방을 메고 다니고, 또 커서 초등학교 들어가고 벌써 고학년이 되고…. 그런 거 보면 너무 신기하고 좋잖아요. 그 아이들 다 커갈 때까지 다치지 않게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죠. 그 아이가 나중에 성인이 돼서 아이를 낳고 ‘엄마 어릴 때도 저 과일가게 옆 통로 지나서 다녔단다’ 이렇게 기억하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이 길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어요.”

2021년 7월8일 아침 전북 전주시 인후초등학교 학생들이 과일가게 옆 통학로를 지나 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시사IN 변진경

 

전주·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