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군, 탄약 뿐 아니라 ‘사기’도 고갈? 우크라 “바흐무트서 러 최정예 부대 격퇴”
우크라이나군이 11개월 가까이 소모전을 벌여온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육군 최정예 부대를 격퇴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이날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 주둔하던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2㎞ 이상 후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극우 민병대인 아조우연대가 조직한 제3독립돌격여단 역시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제72독립차량화소총여단이 패퇴해 바흐무트 외곽으로 철수했다”며 “72여단 예하 6대대와 7대대가 거의 전멸했고 정보부대도 격파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주장은 바흐무트에 투입된 러시아 민간군사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전이 주장한 내용과 일치한다. 프리고진은 전날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이 도망치고 있다며 “제72여단이 오늘 아침 점령지 3㎢를 빼앗겼고, 그곳에서 500명의 전투원을 잃었다”고 말했다.
동부 도네츠크주 군사 요충지 중 하나인 바흐무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1개월 가까이 피비린내 나는 소모전을 벌여온 지역이다. 72여단 격퇴는 지난 수개월간 이곳에서 수세에 몰렸던 우크라이나군이 오랜 만에 거둔 성과다.
와그너 그룹은 지난 2~3개월간 도시를 3면으로 포위하며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해 왔고, 지난달 초에는 시내 행정 중심지까지 점령했다고 주장하면서 도시 함락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소모전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에서 ‘전략적 후퇴’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우크라이나군은 큰 희생을 치르면서도 끈질기게 항전해 왔다.
특히 이번 전투는 우크라이나군이 정체된 전선을 타개하고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봄철 대반격’을 예고하고, 러시아군의 내부 갈등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프리고진은 포탄 부족을 이유로 러시아 군 수뇌부를 맹비난하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자국 정부를 협박했다가 이를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전투는 수개월간 이어진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한 방어 작전으로, 우크라이나가 예고해온 대반격 작전의 일환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은 주로 남부 지역 점령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이번 전투의 성과가 바흐무트 상황을 역전할 중대 전환점이 될지는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아직 러시아 여단 전체를 파괴하지는 못했다”면서 “바흐무트 상황이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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