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척추는 무조건 건강하다? 시니어 허리디스크 방심 말아야

이용권 기자 2023. 5. 1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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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해운대자생한방병원 김상돈 병원장

다년간 진료실에서 고령의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여러 변화를 체감하곤 한다. 대표적인 변화 중 하나가 환자들의 체격이다. 과거에 비해 키가 더욱 커진 것은 물론 허리를 굽힌 채 펴지 못하는 ‘꼬부랑 허리’를 가진 노인의 수도 줄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서 70~84세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고령자의 평균 키가 20년 전 대비 남녀 각각 2.9cm, 2.7cm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차원 스캐너를 활용한 검사 결과를 통해 허리가 굽지 않고 바로 선 이른바 ‘바른 체형’의 비율이 83.4%에 이른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고령 인구의 소득 수준 향상과 꾸준한 자기관리가 꼽힌다. 적극적이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고령층을 일컫는 ‘액티브 시니어’의 개념이 등장함과 동시에 기존 실버 세대와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바른 체형이 건강한 척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35만8141명이었던 70대 이상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는 불과 5년 만인 2021년에 42만848명으로 17.5%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일지라도 척추 퇴행으로 인해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척추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디스크(추간판)는 탄력을 잃어간다. 이로 인해 충격과 하중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디스크가 손상 및 탈출하는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된다.

특히 운동과 같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액티브 시니어의 경우 스포츠·레저 등 자칫 무리한 신체 활동으로 인해 허리디스크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만약 허리 통증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점차 통증의 강도가 심해진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퇴행 중인 척추에 최대한 부담없이 허리디스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한방치료가 있다. 특히 추나요법, 침·약침치료 등을 포함하는 한방통합치료의 경우 허리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먼저 한의사가 직접 뼈와 근육, 인대 등을 적절한 방향으로 밀고 당기며 척추의 배열을 바로잡는 추나요법을 통해 통증의 구조적 원인을 바로잡는다. 이어 침치료를 실시해 경직된 척추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고, 한약재 유효 성분을 인체에 무해하게 정제한 약침을 놓아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시켜 통증을 줄인다.

또한 한방통합치료의 효과는 장기적 관점에서도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척추(Spine)’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증 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한 한방통합치료의 통증 감소 효과가 5년이 지난 시점에도 유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각한 요통을 겪고 있는 환자 128명을 대상으로 24주간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 뒤 5년 장기추적관찰을 진행한 결과 치료 전 4.19에 달했던 요통 시각통증척도(VAS)가 치료 후 0.94까지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5년 뒤 조사에서도 1.25로 치료 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VAS는 환자의 통증을 0~10으로 수치화한 것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을 의미한다.

건강한 척추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주로 실내에 머무는 시니어라면 장시간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자제하도록 한다. 앉은 자세는 하중을 하체로 분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척추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적어도 1시간에 한 번씩은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하고 이때 가볍게 허리를 돌리는 등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운동 시에는 신체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준비 운동부터 시작해 천천히 운동량을 늘려 갈 것을 권한다.

물론 시니어의 바른 체형은 척추질환을 다루는 의료진으로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겉모습만 보고 척추 건강에 방심하는 경우다. 눈에 보이지 않아 소홀하기 쉬운 척추 건강관리에도 힘써 액티브한 노년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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