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학교 칠판에 “눈사람 만들래?”…‘겨울왕국’ 영어 수업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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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스카프를 맨 10대 북한 학생들이 줄지어 앉은 교실에서 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북한이 학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친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엔케이(NK)뉴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주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에는 평양에 있는 엘리트 학교 '세거리초급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한글 자막과 함께 시청하는 장면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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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스카프를 맨 10대 북한 학생들이 줄지어 앉은 교실에서 영어 수업이 한창이다. 교실 앞 텔레비전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한 장면이 흘러나오고, 칠판에는 겨울왕국의 유명한 대사인 “Do you wanna build a snowman?”(두유 워너 빌더 스노우맨)이 적혀 있다.
북한이 학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회화를 가르친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엔케이(NK)뉴스>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주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방영한 다큐멘터리에는 평양에 있는 엘리트 학교 ‘세거리초급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을 한글 자막과 함께 시청하는 장면이 나왔다. 칠판에 적혀 있는 ‘Do you wanna build a snowman?’은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안나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언니 엘사에게 눈사람을 만들자고 제안하는 영화사운드트랙 제목이다.
이는 서양 영화나 음악 등 미디어 유입을 엄격히 단속하는 북한의 기존 기조와 사뭇 다른 풍경이다. 최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학교 영어 수업 커리큘럼에 변화를 주라고 지시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영어 교사는 지금까지 문법 교육을 중시했지만 회화 중심으로 수업 형식을 바꾸면서 학생들이 영어에 더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영화를 수업에 사용하는 것은 아직까진 ‘상류층 엘리트’ 자녀에만 허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엔케이 뉴스>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특정 장면만 교육 목적으로 편집해 사용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념적으로 덜 ‘위험한’ 어린이 콘텐츠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세거리초급중학교는 평양의 고위 간부 자녀들이 다니는 엘리트 학교다.
평범한 북한 주민들은 외국 영화나 방송, 음악 등을 접하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 2020년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르면 국가의 승인 없이 디즈니 영화와 같은 외국 미디어를 시청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제국주의자들”이 글과 음악, 일상용품 등에 사상·문화를 교묘히 숨겨 퍼트리려고 한다며 외국 문물 유입을 경계했다.
물론 북한이 디즈니에 문호를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북한 국영방송에서는 평양의 옥류아동병원 복도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캐릭터로 꾸민 모습을 소개한 바 있다. 앞서 2012년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모란봉악단 공연에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의 디즈니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도 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북한이 미국 만화캐릭터를 무단 사용한 것에 대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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