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도 50km로?…제한속도 탄력 적용 가이드라인 만든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안전속도 5030' 정책을 보완 중인 경찰청이 어린이 통행이 없는 야간 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의 제한속도를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오는 9월 이후 내놓을 계획이다.

11일 경찰청은 현재 30㎞/h 제한속도를 일괄 적용하는 스쿨존에 시간대 별로 제한속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차로의 숫자나, 표지판·경보등과 같은 시설물 존재 여부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가이드라인은 각 지방경찰청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오는 9월 이후 마련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스쿨존 제한속도를 시간대별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 내 통학시간대 속도 하향은 2개소, 야간시간대 속도 상향은 8개소에서 추진 중이다.

평상시 30㎞/h 제한속도를 지키다가 어린이 통행이 없는 저녁 8시~오전 7시·오전 8시까지 50㎞/h로 상향하거나 제한속도 50㎞/h 구간에서 어린이 등하교 시간인 오전 8시~9시, 낮 12시~오후 4시에는 30㎞/h로 하향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정차 차량으로 시야가 좁은 이면도로 등에서는 속도제한이 필요하지만 차로가 많아 시야가 넓은 경우나 통행량이 적은 야간 시간대에는 제한속도를 일괄 적용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라며 "최근 스쿨존 내 사고가 있었고 도로 시설물 배치를 위한 예산 문제도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과속 등으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달 8일 대전 서구의 스쿨존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배승아양(9)과 어린이 3명이 사망했다. 지난 10일에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스쿨존에서 초등학생 B군(8)이 신호를 위반한 시내버스에 치여 숨졌다. 지난해 12월2일에는 서울 강남구 언북초교 앞에서 하교하던 A(당시 9세)군이 만취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스쿨존과 별개로 도로 제한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50㎞/h 제한속도의 기본체계는 유지하면서 보행자의 도로 횡단 가능성이 낮거나 교량·터널과 같이 보행자 접근이 어려운 구간 등은 60㎞/h로 제한속도를 상향하는 내용이다.

경찰청은 최근 '안전속도 5030 제도 보완을 위한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정책 시행효과 분석에 나섰다. 규제 완화 요구를 반영하되 기준을 정교화하기 위해 연구를 통해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도로의 상태, 교통량, 시간대 등 여러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속도를 제한해 운전자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반영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4월 5030 정책을 완화하고 제한속도 상향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8개 시도 109개 구간 246.95㎞의 도로가 제한속도가 50㎞/h에서 60㎞/h로 상향 대상이다. 76개소(190.91km) 속도조정을 완료했고 33개소(56.04km)의 경우 속도조정을 추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속도 5030 시행 2년를 맞아 정책 효과를 분석하고 속도 상향 기준에 대한 적정성을 검토해 안전속도 5030 설계·운영 매뉴얼 개선안을 내년 초쯤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