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항공청, 인천공항 인근 골프장에 특혜…감사원 "설문조작"

인천공항 옆 골프장 야간운영 허용, 50억원 추가이익
조작 설문 확인 없이 허가…무관한 검사 결과 수용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서울지방항공청이 인천국제공항 인근 골프장에 특혜를 제공해 골프장 업체가 5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추가로 얻게 한 사실이 적발됐다.

11일 감사원이 공개한 '항공등화시설 등 안전관리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 2021년 5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인근 골프장의 야간조명 위해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준공확인증명서를 발급했다.

현행 공항시설법은 불빛이나 형상 등을 이용해 항공기 운항을 돕는 '항공등화' 인식에 방해가 되는 '유사등화'를 공항 인근에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 하단에 있는 골프장 일부 홀을 제외한 나머지 14개 홀은 야간조명을 사용해 야간영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골프장은 전체 18개 홀을 가지고 있다.

서울지방항공청은 2019년 3월 실시계획승인 단계에서 골프장 업체에 야간조명은 설치 후에 조종사 설문조사와 비행검사 등을 실시해 야간조명이 비행이 이착륙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만 켤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골프장 업체는 2021년 4월 공사준공보고서에 조종사 설문조사와 비행검사 등을 이행한 결과를 포함해 제출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해당 조종사 설문조사는 조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직접 조종사 설문에 참여한 조종사 129명을 확인한 결과 신원미상 2명을 제외한 127명 중 12명은 존재하지도 않은 조종사였다. 또 88명은 야간조명을 조망하지 않은 조종사로 설문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었다.

아울러 신원이 확인된 115명에게 설문 참여 여부를 질의한 결과 접촉된 50명 중 29명은 설문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답변하는 등 조종사 명의가 다수 도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서울지방항공청은 설문조사가 적절하게 시행됐는지 제대로 시행하지 않은 채로 업체에 준공확인증명서를 발급했다.

또 서울지방항공청은 골프장 업체가 유사등화와 무관한 비행검사 결과를 제출했는데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4개 홀에 야간조명을 점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비행점검센터를 통해 골프장 야간조명 유사등화에 대한 비행검사를 실시한 결과 골프장 야간조명지역 통과 시 18개 홀 전 지역의 불빛이 조종사에게 눈부심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4개 홀 야간영업으로 창출한 매출액을 산정한 결과 골프장 업체는 서울지방항공청의 부실한 업무 처리로 총 5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추가로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도 서울지방항공청은 준공확인증명서 내용과 다르게 골프장 3~6번 홀도 야간영업을 2개월가량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약 1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업체가 추가로 얻도록 했다.

감사원은 준공확인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서울지방항공청 당시 A과장은 정직 처리하고, 3~6번 홀 조명을 점등해 야간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한 B계장과 C과장은 경징계 이상 징계를 내리도록 국토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서울지방항공청장에게는 해당 골프장이 야간운영을 중지하도록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동일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조치했다.

kingkong@news1.kr

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