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사주재자, '아들' 아닌 '나이' 우선"…새 기준 제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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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남성의 유골함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이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판결을 내놨다.
아들, 딸 상관 없이 연장자를 우선 시 하는 것이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하고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 주재자를 맡는 것이 문화와 사회 일반적 인식에 부합하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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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원고, 남편과 혼인 신고 후 슬하에 두 딸 둬
남편 외도 저질러…내연녀 사이에 아들 낳아
남편 사망, 내연녀가 장례식 치르고 유해 봉안
원고, '추모할 권리' 주장…유해인도 소송 제기
1·2심 "제사주재자 지위는 아들에게 우선" 기각
대법 "남성이 여성 비해 더 정당하다 볼 수 없어"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숨진 남성의 유골함 소유권을 둘러싼 소송에서 대법원이 가장 가까운 직계비속 중 최연장자가 맡는다는 판결을 내놨다. 장남을 우선으로 본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1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망인의 본처 A씨와 두 딸이 내연녀 B씨와 추모공원을 운영하는 재단법인을 상대로 낸 유해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이날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하고, 망인에 대한 경애와 추모의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남성 상속인이 여성 상속인에 비해 제사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사주재자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우선하는 것이 보존해야 할 전통이라거나 헌법 제9조에 의해 정당화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들, 딸 상관 없이 연장자를 우선 시 하는 것이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하고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 주재자를 맡는 것이 문화와 사회 일반적 인식에 부합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최근친 연장자라고 하더라도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으라고 덧붙였다.
원고 A씨는 남편과 1993년 혼인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은 외도를 저질렀고, 내연녀 B씨 사이에서 아들까지 낳았다.
남편 사망 후에는 B씨 주도로 장례식이 진행됐고, 망인의 유해를 한 추모공원에 봉안했다.
이에 A씨와 두 딸은 '추모할 권리'를 되찾고 싶다며 유해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법률상 배우자인 A씨가 아닌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제사주재자의 지위는 아들에게 우선된다는 전통에 따른 판단이다.
1심은 "민법상 제사주재자를 정하는 규정은 없어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공동상속자 중에서 제사주재자를 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장남 내지 장손자가 제사주재자가 되고 아들이 없으면 딸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점에 관한 인식이 널리 용인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같은 조건과 지위에 있다면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이나 전통이 현재의 전체 법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2심도 망인의 장남인 B씨의 아들이 제사주재자로서 권리를 가진다고 판단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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