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광장에 탱크는 달랑 한 대, 조롱거리 된 러 전승절
러시아 최대 국경일인 전승절을 맞아 9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거행된 행사가 전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화려한 현대식 전차 행렬을 자랑하던 이전 행사들과는 달리 이번엔 80년 된 T-34 전차 단 한 대만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9일 미 포브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전승절 퍼레이드에 단 한 대의 전차만 등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롱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전승절은 매년 5월9일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때 옛 소련이 독일 나치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이날 행사에 동원된 전차는 제2차 세계대전에 쓰였던 T-34로 알려졌다. 매체는 “이전 전승절 행사에서는 수천 명의 러시아 군인과 수백 대의 군용 차량이 동원돼 붉은 광장을 가득 메웠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보안문제를 이유로 행사 규모가 축소됐다”고 전했다.
이날 붉은 광장에는 125대 군사 장비와 1만 명의 병력이 동원됐다. 그러나 1만 명 병력 역시도 군인이 아닌 학생과 사관학교 생도 등으로 구성됐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2020년에는 병력 1만4000여 명, 지난해에는 1만1000여 명이 동원됐었다. 또 이날 20곳 넘는 도시에서 열병식이 취소되기도 했다.
붉은 광장 열병식 현장에서 찍힌 사진을 보면, T-34 전차 한 대만이 텅 빈 도로를 지나고 있다. 이를 본 전 세계 인사들과 네티즌들은 소셜미디어에 조롱성 글을 올렸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안톤 게라쉬첸코는 “모스크바 열병식에는 현대식 탱크, 보병 전투 차량, 군용기가 없었다”며 “역대 전승절 행사 중 규모가 가장 작다”고 적었다.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때의 T-34 전차 한 대만 있었다”며 “행사에 동원된 이들도 군 참모가 아닌 사관생도와 학생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동유럽전문가인 세르헤이 숨레니도 “러시아군이 오늘 전승절 행사에 가져온 유일한 전차는 2차 세계대전 때 것이었다”며 “마치 3류 독재정권의 퍼레이드 같았다”고 썼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트위터 계정 ‘텐다르’는 “모스크바에서 본 것 중 가장 굴욕적인 열병식”이라며 “진심으로 너무 한심해서 웃음을 멈출 수 없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전방에 가능한 한 모든 장비를 투입해야 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완전히 위기에 빠뜨렸다”고 덧붙였다.
포브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당수의 장비를 잃었기 때문에 행사에 동원되는 전차 수가 줄었을 것”이라며 “열병식에 내보낼 수 있는 여분의 현대식 전차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크렘린궁은 2019년에 구식 탱크 약 20대를 구입하는 등 국가 행사에 동원할 군용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T-34를 더 많이 배치하지 않았을까”라며 “러시아가 전장에서 전차뿐 아니라 전차병도 많이 잃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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