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하고 비겁한 반칙, 정녕 안 할 수 없는 걸까[김세훈의 스포츠IN]
유니폼을 잡아당긴다. 등 뒤에서 발을 걷어찬다. 공이 빠져나갔는데도 발을 건다. 한국프로축구 선수들이 경고 또는 퇴장당할 때 가장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공통점은 무엇일까. 실력으로 상대를 제압하지 못한 뒤 나오는 반칙이라는 점이다. 공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상대 선수에게 과도하게 집중한 탓이다. 내가 공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상대가 차지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물론 이런 행동도 경기 일부며 전략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너무 과하거나 습관적이라면 치명적인 독이 된다.
우선 팬들이 짜증을 낸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 흐름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공이 계속 살아서 움직여만 볼 맛이 나는 게 축구다. 공이 죽는 순간, 공이 멈추는 순간 긴장감은 반감된다. 심장 박동도 느려진다. 휘슬이 많은 경기, 경고와 퇴장이 많이 나오는 경기를 좋아하는 팬들은 없다.
두 번째는 선수들 간 반감을 초래할 수 있다. 실력이 아니라 해코지로 자신을 방해하려는 상대를 좋아할 선수는 아무도 없다. 행동이 과격하거나 부상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선수 간 아찔한 물리적 충돌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반칙을 저지른 선수가 명확하게 사과하지 않는다면 보복 파울을 당할 수도 있다. 최근 K리그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몇 차례 연출됐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행동은 심판을 속일 수도 있다. K리그 선수들은 자신이 파울을 당하면 심판만 바라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도한 어필, 특히 베테랑 선수 또는 노장 지도자들의 항의는 심판 판정을 흔들 수도 있다. 물론 정확하게 판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심판 능력이며 영역이다. 그렇다고 선수가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선수는 누구나 가해자가 될 수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선수들이 상호 존중하고 극한 반칙을 삼갈 때 판정에 대한 신뢰성과 정확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한국축구 수비가 만만치 않다고 외국인 공격수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수비수들이 끈질기고 악착같은 면이 있다. 그와 동시에 더티하고 비겁한 플레이도 적잖다. 그게 경기 흐름을 끊고 상대 선수를 자극하며 공정한 판정을 저해하는 걸 자주 목도한다. 상대와 심판을 속이려는 다이빙, 슬쩍 건들면 툭 쓰러지는 동작들도 궁극적으로는 동료와 팬을 기만하는 행동이다.
성인 선수들이 이런 반칙을 습관적으로 하면, 어린 선수들도 따라 하게 마련이다.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고 용납되면 피해는 선수, 팬의 몫이다. 상대를 해코지하려는 선수가 열심히 실력을 연마할 리 없다. 반칙이 난무하는 축구는 팬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상대와 경합할 때 손을 써서는 안 된다. 상대를 놓쳤다고 해서 걷어차지 말라. 공이 빠져나간 뒤에는 절대 발을 들이밀지 말자. 이게 정말 그렇게 어렵나.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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