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영끌’ 하려고?”.. 가계대출, 1년 5개월 만 최대 폭 늘어
17개월 만 최대 폭.. 주담대 상승 등 영향
“주택 매매, 주식 투자 등 자금 수요 증가”
신용 리스크 등 우려에도 대출 증가세 ‘촉각’
은행 가계대출이 부진한가 싶더니, 1년 5개월 만에 최대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초 집값 하락에, 아파트 등 매매가 소폭 회복하면서 빚을 내서라도 ‘사자’에 나서는 이른바 ‘영끌족’의 시장 진입이 이어지며 주택담보대출 등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소비자들이 자금을 더 불리기 위해 주식 투자로 눈을 돌리면서 신용대출 감소 폭도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주담대 수요 증가.. “가계대출 증가세 전환”
오늘(11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4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52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입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들어 1월(-4조7,000억 원)에 이어 2월(-2조8,000억 원) 그리고 3월(-7,000억 원)까지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습니다.
증가 폭은 지난 2021년 11월 2조9,000억 원 증가한 이후 1년 5개월, 17개월 만에 가장 컸습니다.
이처럼 올들어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주담대(잔액 803조6,000억 원)가 크게 늘어난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달보다 2조8,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앞서 주담대는 지난 2월 2014년 1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 줄었는데 한 달 만인 지난 3월 다시 늘어 2조3,000억 원을 기록했고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한은은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이 다소 축소하면서 증가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실제 한은 측은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월 1만9,000호이던데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로 늘었고 2~3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 줄어.. 기업대출 증가 폭은 확대
마찬가지 지난 2월 전세 거래량(전국 6만 호)도 늘어 전세자금대출 감소 폭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전세대출은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1조7,000억 원 감소했고 한 달 전(-2조3,000억원)보다 낙폭을 좁혔습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247조3,000억 원)도 같은 기간 5,000억 원 줄면서 감소세를 이끌었습니다. 2021년 12월 이후 17개월째 줄었습니다.
기업대출(원화 기준 잔액 1,196조7,000억 원)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달 새 7조5,000억 원 늘었습니다. 지난 3월(5조9,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습니다.
대기업의 분기 말 일시 상환분 재취급, 배당금 지급 등 자금 수요로 같은 기간(1,000억 원) 3조1,000억 원이나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출은 늘었지만 은행 예금(2,204조 9,000억 원)은 크게 줄었습니다.
기업이 부가가치세 납부, 배당금 지급 등으로 자금을 대거 인출하면서 수시 입출식 예금에서만 한 달 새 14조8,000억 원 줄고 높은 이자로 정기예금엔 가계 자금이 유입됐지만 법인 자금이 빠져나가 전달(-8조8,000억 원)에 이어 감소세(-6조4,000억원)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 은행·제2금융권 등 전체 가계대출 2,000억 원 늘어
같은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가계대출 동향'에서도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이 지난달 2,000억 원 증가하면서 반등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2년 8월 이후 8개월 만의 반등세로, 가계대출이 아닌 예금은행의 4월 기업대출 잔액(1.196조7,000억 원)이 한 달 사이 7조5,000억 원 또 증가해 전달 증가분(5조9,000억 원)을 웃돌았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 3조1,000억 원, 4조4,000억 원(개인사업자 1조 원 포함)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금은행의 4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04조9,000억 원으로 3월 말보다 13조4,000억 원 줄었습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부가가치세 납부와 배당금 지급 등으로 기업 자금이 빠지고 지방자치단체 자금이 인출되며 14조8,000억 원 줄었습니다.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정기예금도 6조4,000억 원 감소했습니다.
■ “가계부채 지속적 축소 노력 뒤따라야”
관련해 전문가들은 “가계 대출, 특히나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집값 하락 흐름에 힘입어 재차 ‘영끌족’ 등 시장 진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 진입을 위한 부채 감수 위험이 커질수 있는 만큼, 여러모로 재무 목표 설정과 리스크 고려가 뒤따라야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관련해 한은은 최근 BOK 이슈노트에서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1%로, 이는 중장기, 또 단기적으로 경기침체 발생 확률을 높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80%를 넘어서면 이같은 확률을 높이는 수준으로 파악합니다.
때문에 한은은 당시 가계부채 비율을 80%에 근접할 수 있게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가계 부채를 축소하도록, 적절한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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