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월 영아에 ‘50배 약물’ 사망…제주대병원 간호사 3명 실형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 영아에게 담당 의사 처방과 다르게 치료제를 과다 투약해 숨지게 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제주대병원 간호사들이 실형을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는 11일 업무상 과실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ㄱ씨 등 3명에 대해 각각 징역 1년에서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업무상 과실치사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해 3월11일 코로나19에 확진돼 제주대병원에서 입원한 생후 13개월 된 영아가 치료를 받은 뒤 이튿날 숨졌다. 담당 의사는 영아가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자 ‘에피네프린’이라는 약물 5㎎을 희석한 뒤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고 처방했지만 담당 간호사 ㄱ씨는 의사의 처방과 달리 이 약물 5㎎을 정맥주사로 놓았다. 에피네프린은 환자의 호흡을 편하게 하는 약물이다. 직접적인 투약 방식인 정맥주사로 넣을 경우 성인은 0.3~0.5㎎, 영아는 0.1㎎이 적정량이다. 영아에게 투여한 양은 기준치의 50배에 이른다.

또 간호사 ㄴ씨는 약물 투여 뒤 영아 상태가 악화해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도 이를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수간호사 ㄷ씨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담당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고 이를 은폐하려고 ㄱ씨와 ㄴ씨에게 사고 보고서 작성 등을 하지 않도록 했다. 제주대병원 규정상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24시간 내로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ㄴ씨는 약물 처방 내용과 처치 과정 등 의료사고와 관련한 기록을 여러 차례에 걸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원인은 최초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고가 직접 원인으로, 담당 의사 등 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은 맞지만, 사망에 이른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사고를 은폐하려고 해던 시도는 우리 사회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