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만 강화하면 오픈AI 이길 수 있나… 네카오, 한국어 특화 서비스에 주력해야

이소연 기자 2023. 5. 1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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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 강조하며 B2B AI 서비스 준비 중인 카카오·네이버
오픈AI도 유료 고객 대상으로 데이터 트레이닝 안해
IT업계 “오픈AI와의 차별점 없어”
오픈AI가 챗GPT를 활용한 B2B 서비스를 출시했다./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카카오, 네이버가 기밀 유출 우려를 해소한 기업간거래(B2B)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IT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오픈AI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보안만 강조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오픈AI 역시 유료 고객을 대상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LLM)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기업 보안을 강조한 카카오 i GPT를 기존 고객사를 대상으로 비공개 시범서비스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회사는 기밀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이중으로 오픈AI에 노출되는 데이터와 아닌 데이터를 구분해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 i GPT 기업 고객은 특정 정보를 ‘기밀’로 직접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보가 오픈AI의 챗GPT를 거치지 않고 카카오 내부 데이터를 통해 답변이 제공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기밀 정보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자체 기계 독해(RMC)와 검색 기능으로 생성형이 아닌 추출형(필요한 정보의 위치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답변이 제공되기에 해당 기밀 데이터가 오픈AI로 넘어가지 않는다”라고 했다. 네이버 역시 지난 8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여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출시 계획을 언급하며 “데이터 보호 관련 이슈를 더욱 잘 해결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AI 챗봇 플랫폼 ‘카카오 i 커넥트 톡’ 소개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 토종 서비스 경쟁력은 보안 아닌 韓 특화 서비스

국내 기업들이 최근 보안에 강점을 둔 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나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잘못된 접근이라고 평가했다. B2B AI 서비스의 보안 문제가 현재 해당 기업의 윤리 강령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진형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오픈AI를 못 믿어서 이 야단이 났지만 그렇다면 이론적으로는 카카오도 기업이 준 데이터를 써버릴 수도 있다”라며 “카카오나 네이버가 챗GPT 대신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라고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선 가격이나 AI 자체 성능 등 다른 강점을 내세워야 한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토종 B2B AI 서비스의 장점은 현지에서 한국 기업고객에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운영할 수 있는 점이라고 했다. 다량의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LLM과 현지 기업고객과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고객만족(CS) 서비스 등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재우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는 오픈AI와 달리 국내 기업이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에 있다”라며 “국내 기업과 빠르게 소통하며 각종 니즈를 AI 서비스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오픈AI에게 한국 시장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에 한국에 특화된 국내 서비스가 강점을 가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IT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온라인 콘텐츠 중 한국어로 작성된 콘텐츠는 1%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오픈AI 등 글로벌 업체가 한국 시장만을 바라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업체가 한국어 특화 LLM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네이버가 오는 7월에 공개할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이 GPT-3의 65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내 스타트업업계, 오픈AI 보안 문제 해결되면 토종 서비스 쓸 이유 없어

국내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오픈AI는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모든 이용자의 데이터를 AI를 훈련시키는데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오픈AI의 API를 활용해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대표들은 유료든 무료든 결국 내가 입력하는 데이터를 오픈AI가 활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서비스를 사용했다”라고 했다. 이어 “오픈AI 덕분에 3주간 AI 트레이닝에 2000만원을 들여야 했던 번역엔진도 이젠 10달러에 만들 수 있게 됐다. 보안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음에도 가격과 성능 때문에 오픈AI 챗GPT를 사용한 것인데, 보안 문제까지 오픈AI로 해결된다면 토종 AI 서비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사내 업무용 챗GPT 전용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배포한 SK텔레콤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오픈AI의 API를 활용할 때 데이터 유출을 막을 수 있게 망분리조차 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결국 이들 기업에게 AI 서비스를 선택할 때 핵심은 성능이지 보안이 아니라는 것이 IT 업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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