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는 기도가 아니라 기술로 잡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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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갔다.
"고기는 기도로 잡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잡는 것이란다. 재리에 밝은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물살이 어떠한지 어디에 고기가 많이 모이는지 어떤 미끼를 써야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를 살폈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물에 있는 고기가 자신의 그물로 들어오기만을 바랐을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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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문병하목사의 희망충전]
두 사람이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갔다. 한 사람은 매우 정직한 사람으로 기도로 하루를 시작했다. 낮에는 제 밥벌이만을 위해 살지 않고 할 수 있으면 이웃을 사랑하며 더불어 살았다. 저녁은 자기를 돌아보아 성찰하며 마음공부를 한다. 다른 사람은 재리에 밝은 사람으로 이익이 되는 곳이 어딘지를 살피며 하루를 시작했다. 낮에는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인정사정이 없고 집요하다. 저녁은 자기의 쾌락을 위해 육체적 즐거움을 누리며 산다.
이 두 사람이 강에 들어가 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정직한 사람의 그물에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고 재리에 밝은 사람의 그물에는 고기가 가득했다. 이것을 보고 있던 제자가 자신의 선생에게 가서 물었다. “어떻게 치성을 드리고 기도한 사람보다 재리에 밝은 사람의 그물에 고기가 많을 수 있습니까?” 선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고기는 기도로 잡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잡는 것이란다. 재리에 밝은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물살이 어떠한지 어디에 고기가 많이 모이는지 어떤 미끼를 써야 고기를 잡을 수 있는지를 살폈지만 기도하는 사람은 물에 있는 고기가 자신의 그물로 들어오기만을 바랐을 뿐이란다.”
인성이 좋은 사람보다는 기술이 좋은 사람이 고기를 잘 잡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데는 누가 더 착한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가 아니라 누구의 머리가 더 좋으냐 누가 더 성실하냐에 있다. 기도만 하고 공부를 안 하는 학생보다는 기도는 안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 원하는 대학에 갈 가능성이 높다. 기도는 영성의 문제고 공부는 기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성품과 기술은 비교할 수 없는 다른 영역인 것처럼 영성도 마찬가지이다. 기도한다고 없는 기술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기도는 삶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일상적인 삶의 실천이 따르지 않는 기도는 생명력을 잃고 만다. 기도는 하나님을 설득하여 자신의 바람을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설득하여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을 하는 과정이다. 기도와 삶이 괴리가 되었다면 그것은 자기 욕구의 분출이나 나르시시즘적 형태일 뿐이다. 기도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개 때문에 속이 상하여 우울증에 걸려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교인에게 목사가 “하나님께 기도하세요”라고 한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교인에게 “그 아무개의 좋은 점을 볼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해달라고 함께 기도하자”고 해야 할 것이다. 기도만 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기도는 상대를 변화시키기에 앞서 나를 먼저 변화시키는 동력이다. 그리고 기도를 통한 자기 변화는 사회적 실천의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 사회적 실천이 따르지 않는 기도는 허공에 외치는 빈말일 따름이다.
누가 부탁을 하면 “기도해보겠습니다”라는 말로 거절하는 목사가 있다. 기도하지 않고도 즉시 실천하면 될 일을 기도를 핑계로 미루는 일은 기도의 의미를 왜곡하는 짓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힘을 잃은 것은 기도한다고 하나님 앞에 소리는 지르는 사람은 많은데 하나님이 바라는 일, 곧 교회의 개혁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적기 때문이다.
글 문병하 목사(양주덕정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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