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에 첫끼” 극한직업 간호사···“1인당 환자 수 5명으로 줄여야”
“직원식당에서 식사하면 한 끼 2750원을 월급에서 제하는데, 한 달 월급에 식대가 만 원이 넘게 나왔다고 후배간호사가 저에게 자랑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27년차 간호사인 이은영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경희의료원지부장은 11일 “간호사들에게 굶는 건 일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지부장이 일하는 병원은 1인당 12명의 환자가 배정되는 ‘간호1등급’ 병원이다. 그런데도 개원 이후 50년 동안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년을 채우고 퇴직한 간호사는 단 1명이다.
오는 12일 제52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와 한국노총 의료노련,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제는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 사회적 돌봄과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간호사가 하루에 담당하는 입원환자 수는 선진국이 약 5명 수준인 데 비해 한국의 경우상급종합병원은 약 16.3명, 중소병원은 약 43.6명에 이른다.
현장에선 이런 인력 상황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영희 너싱홈협회 회장은 “요양시설의 간호사 배치 비율을 주 40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간호사 한 명이 100명의 어르신을 돌보고도 열흘이 모자란다”며 “옆도 뒤도 보지 않고 걸어야 하고, 낮이나 밤이나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신규 간호사의 아버지라고 밝힌 A씨는 “근로계약서상 데이(Day) 근무는 아침 6시부터인데 새벽 4시 반까지 출근하고, (퇴근 시간은) 원래 오후 2시인데 6시 넘어서야 퇴근한다”며 “새벽 4시에 나간 애가 저녁 8시쯤 오면 밥을 고봉으로 덩치 큰 남자만큼 먹는다. 그날 첫끼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이 공유한 보건의료노조의 ‘2023 대한민국 간호사 현장 조사 결과’를 보면, 간호직 응답자의 74.1%가 이직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5.7%는 근속 총 기간이 1년차 이하~5년차인 저숙련 간호사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김옥란 한국노총 의료노련 정책국장은 “살인적인 노동강도는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이에 따라 인력부족으로 또다시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증가하는 인력문제의 악순환을 가져왔다”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증가하면 환자 사망률 또한 증가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노련 등 양대노총은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의 인력 수준인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를 실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와 더불어 현 3교대 근무 등 교대제를 개선하고 단계적 주 4일제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보건의료산업을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간호사의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노련은 간호관리료 차등제의 기준을 의료법상 간호사 인력기준으로 통일해 적정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지켜지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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