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깨운 구자욱의 경험담 “지난 시즌과 똑같이 생각하지 마”
올시즌 개막부터 이유 모를 부진에 시달리다가 점차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키움 이정후(25)는 최근 선배에게 들은 조언을 떠올렸다.
이정후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를 마친 후 5월 초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3연전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날 LG전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던 이정후는 그동안 자신에게 조언을 해줬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정후는 “‘어차피 지나고 나면 원래 너의 성적이 된다’라는 말들도 감사한 말인데 언제 올지 모르니까, 이대로 시즌이 끝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그간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그는 스스로 표현하길 “체념하고 있는 상태”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삼성 구자욱과의 식사 자리가 이정후에게는 반등 포인트가 됐다.
이정후는 “대구 경기에서 (구)자욱이 형이랑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자욱이 형에게 ‘지난해에는 이렇게 했는데 올해는 안 돼요’라고 질문을 했더니 ‘작년에 잘 했다고 해서 작년처럼 똑같이 한다고 해도 안 된다’고 했다. 자꾸 지난해만 생각하다 시즌이 끝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구자욱은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이정후에게 “너의 몸 상태도 다르고 지금 밸런스도 지난해와 다를텐데 자꾸 지난 시즌 생각하면서 똑같이 한다고 해서 좋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었다. 구자욱 역시 2021년 139경기 타율 0.306 22홈런 등으로 활약하며 그 해 외야수부문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쥔 적 있다. 2021시즌을 마치고 5년 최대 총액 120억원의 조건에 장기 계약까지 체결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2022시즌 부상과 부진 등으로 99경기 타율 0.293에 5홈런 등으로 성적이 하락했다. 구자욱은 시즌을 마친 뒤 마무리캠프까지 자청해서 참가했고 올시즌에는 다시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10일 현재 타율 0.324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정후는 구자욱 덕분에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그 이야기를 듣고 훈련하는 방법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며 “그 말이 가장 와닿았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타격폼에 변화를 줬던 이정후는 새 타격폼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편하게 다시 제 것을 찾아가다보니 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나는 보여줘야 되는 선수의 입장에서 조급해지더라”며 “조금씩 최대한 편한 폼으로 치자라고 생각하면서 의식에 맡겼는데 그게 지난해 폼이었다. 그래서 편하게 치자라는 마음으로 타격한 게 지난해 타격폼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좋은 매커니즘도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제 이정후는 팀 동료들의 응원 속에서 다시 달릴 계획이다. 유니폼에 주장의 상징인 ‘C’를 달고 있는 이정후는 “나 혼자 힘든게 아니라 팀도 다 힘들었고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힘들다’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주장 완장 때문에 내가 못한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연패를 끊고 이겨서 기분이 좋다”며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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