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사 미실현이익 기준 이달 마련…과도한 만기확대 제동도

김형섭 기자 2023. 5. 1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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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DB손보·현대해상 등 4개사 검사도 착수…"계리적 과정 적정성 볼 것"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감독원이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주요 수익성 지표로 떠오른 '보험계약마진(CSM)' 관련 보험업계의 혼란과 관련해 이달 중 CSM 산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일부 보험사들이 IFRS17에 맞춰 100세 만기 상품 등 과도하게 만기를 확대해 회계상 이익을 노리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엄정 대처를 예고했다.

차수환 금감원 보험 담당 부원장보는 11일 열린 23개 보험사 최고재무책임자(CFO) 간담회에 앞서 언론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차 부원장보는 "IFRS17은 원칙 중심의 국제보험회계기준으로 보험사별로 최적의 계리적 가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율성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을 경우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보험회사가 낙관적인 가정을 설정할 경우 초기에는 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기간이 경과함에 따라서 손실이 확대되고 결과적으로는 현재의 부담을 미래로 미루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며 일부 보험사가 유리한 실적 산정을 위해 CSM 산출시 과도하게 낙관적인 계리적 가정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예컨대 실손보험의 경우 미래 갱신보험료를 과도하게 인상하는 가정을 적용할 경우 당장은 보험부채가 감소해 실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값과의 차이가 드러나게 되고 결국에는 보험사의 부채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보험계약의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나타낸 지표다. 기본적으로는 회계상 부채이지만 보험사의 장기 수익력을 가늠하는 척도로 쓰인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은 시가로, 부채는 원가로 평가해 이익을 계산해 실적으로 공개해 왔지만 올해부터 도입된 IFRS17에서는 부채도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

이에 따라 미래예상이익을 계약시점에 부채로 인식한 후 보험계약 기간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하는 CSM이 보험사 실적을 좌우할 주요 지표가 됐다.

문제는 CSM 산출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CSM 산출에 필요한 손해율, 해지율, 할인율 등의 계리적 가정을 보험사가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다보니 보험사가 스스로에게 유리한 낙관적 전망을 적용해 숫자를 부풀릴 수 있고 계리적 가정을 소수점 몇 자리로 찍느냐에 따라 산출값도 출렁일 수 있어 신뢰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CSM 산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키로 했다.

차 부원장보는 "금감원은 보험회사로 하여금 계리적 가정 등을 자체 점검해 적정하게 적용할 것을 당부하는 한편,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세부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라며 "대표적인 예로는 실손보험의 손해율 가정이나 무·저해지 보험의 해약률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금감원은 보험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들을 추가로 조사해서 중요도 순으로 CSM 관련 세부기준을 내놓을 방침이다.

차 부원장보는 "시기는 되도록이면 빨리 하려고 한다. 가능한 5월 중으로 1차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며 "다만 기준 제시에 따른 영향 등을 검토할 때 걸리는 시간이 있어 6월 초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되도록 빨리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합리적 부분이 고쳐지는 만큼 5월에 기준을 제시한다고 했을 때 2분기 보험사 실적 자료의 신뢰성은 1분기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5월에 기준만 제시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차근차근 들여다 보고 수치 변동성이 크지 않아도 비합리적 부분이 있다면 합리적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결국 연말 결산은 신뢰성이 주어질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CSM 산출과 관련해 이번 주 중으로 DB손해보험과 DB생명보험, 현대해상, KB라이프생명 등 4개 보험사에 대한 수시검사도 착수할 예정이다. IFRS17 체계 적용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회사들을 점검해 세부 기준 마련에 참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차 부원장보는 "일부 검사를 나가는 보험사들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하기는 그렇고 IFRS17을 적용하면서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회사들을 위주로 해서 대상기관을 선정했다"며 "다만 변동성이 크다고 해서 무엇인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정당하거나 합리적으로 계리적 가정을 해도 상품 구성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회사들을 위주로 보면서 (IFRS17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CSM 산출의) 계리적 과정이 적정한지 아닌지 등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선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장개입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CSM 관련해서 어떤 내용들을 하나하나 다 기준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비합리적 부분을 합리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라며 "공시가 될 내용에서 비합리적 부분이 있다면 고쳐나가야 연말에 결산이 투명하게 제시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감원은 일부 보험상품의 과도한 만기 확대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만기가 90세나 100세까지인 각종 보장성 보험이 출시되고 있는데 CSM이 보험 계약 기간에 걸쳐 상각해 이익으로 인식된다는 점에 기초해 새 회계기준상 수치를 부풀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차 부원장보는 "보험회사들이 단기 실적을 위해 보험기간을 최대한 확대해 상품을 구성하고 이러한 상품을 집중 판매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보험회사들이 특정 환경 하에서의 단기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특정 유형 상품의 판매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에 해당 상품 관련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큰 재무적 부담을 지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과도한 사업비 지출 등을 통한 판매경쟁이 심화될 경우 부당 계약전환 등 소비자 피해가 빈발할 우려도 있다"며 "보험회사들에게 단기의 회계적 이익 극대화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건전한 성장을 계획하도록 당부할 예정이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불완전판매 등의 불공정행위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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