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리어왕, 할수록 숨어있는 문학성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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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시위는 당겨졌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 홀에서 열린 첫 시연 장면에서 이순재(88)가 연기하는 리어왕은 첫째와 둘째 딸인 고너릴과 리건에게는 흡족함을, 막내 코딜리아에게는 냉혹함을 보이며 복잡한 양면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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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리어왕으로 기네스북 도전
“활시위는 당겨졌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SNU 장학빌딩 베리타스 홀에서 열린 첫 시연 장면에서 이순재(88)가 연기하는 리어왕은 첫째와 둘째 딸인 고너릴과 리건에게는 흡족함을, 막내 코딜리아에게는 냉혹함을 보이며 복잡한 양면성을 드러냈다. 이제는 안락을 추구하고 싶은 나이 든 왕이지만, 권력에서 비롯된 까다로운 성미와 정치의 잔혹함이 그를 파멸로 이끈다. 2021년 23회차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연극의 새로운 지평선을 그은 ‘리어왕’이 올해에는 김시번 연출과 함께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이날 시연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순재는 “오리지널 그대로 하는 연극 ‘리어왕’은 처음이고 마지막이 아니겠는가”라면서 “셰익스피어가 원작을 백성을 위한 연민을 가지고 썼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내용을 보완해서 살리자는 뜻에서 재시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한국 연극 사상 최고령인 연극 배우다. 88세의 나이로 리어왕을 연기하는 그는 ‘최고령 리어왕’이라는 기네스북 기록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순재는 “기네스북에 올라가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면서 “내 자신이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데, 지금 그렇다고 하긴 어렵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고령의 나이로 200분의 공연을 연기하는 이순재는 “제 나이를 봤을 때 마지막이지 않겠느냐”면서 “대사를 깜빡 하면 막이 끝나버리고 대사를 외우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제 끝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리어왕을 다시 맡는 소회에 대해서는 “(리어왕은) 할수록 숨어있는 문학성과 철학성을 찾아내는 것”이라면서 “셰익스피어의 일반적인 공연은 원작을 줄여 스토리 중심으로 전달한다. 그러면 셰익스피어의 문학적 진술은 전혀 전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셰익스피어의 정수를 이번 공연에 담아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는 그가 중점을 둔 부분은 연극의 언어가 관객에게 쉽게 정확하게 전달돼야 한다는 점이다.
김시번 연출은 “예를 들어 ‘차꼬를 가져와라’라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순재가 이를 ‘족쇄’로 적극적으로 바꾸자고 주장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원문과 여러 개 판본들을 펼쳐놓고 다듬는 과정이 연습 전 몇 달 간 이뤄졌다. 셰익스피어의 장중한 맛을 깎으면 재미가 없어 살릴 부분은 살렸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새로 연출을 맡은 김시번 연출은 비극보다는 희극과 코미디 작품을 주로 선보여 왔다. 이번에 대표적 비극을 맡는 데 대해 그는 “리어왕은 비극의 최고봉이다. 연출을 하는 동안 이렇게 빨리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빨리 할 수 있게 된 건 제 큰 영광”이라면서 “리어왕을 준비하면서 기원전 8세기 역사 속 존재하던 왕국이라는 점과 대사가 관객들 귀에 쉽게 들려야 한다는 점, 결투에서의 스펙타클 살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초연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들이 객석에서 등장하는 장면은 사라질 예정이다. 광대와 코딜리아를 같은 배우가 맡은 설정도 달라졌다. 다음달 1일부터 18일까지.
박민주 기자 mj@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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