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얼간이”? 프리고진 독설에 커지는 러시아 ‘내분’ 의혹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2023. 5. 1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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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한 행복한 할아버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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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어”
탄약 부족 등 이유로 자국 관리들과 갈등 이어와

(시사저널=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모습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끈다.

10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한 행복한 할아버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할아버지'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그가 옳다면 신이 모두를 축복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할아버지가 완전히 얼간이(asshole)라는 게 드러난다면"이라며 독설을 이어갔다.

그는 이번 전쟁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바그너그룹 소속 용병들이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할아버지'가 러시아를 재앙으로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은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참관한 직후 공개됐다. 크렘린궁은 전승절 행사로 바빠서 문제의 발언을 보지 못했다며 논평하지 않았다.

서방과 일부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이 말한 '할아버지'가 푸틴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정부 비판자들 사이에서 '벙커의 할아버지'로 불린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다만 프리고진은 할아버지의 정체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전·현직 러시아 정부 인사들을 언급하며 이들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자국 고위 관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자주 쏟아냈으나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한 적은 없었다.

그는 지난 5일 영상에서는 국방부 관리들을 "인간 말종들"이라고 부르면서 바그너그룹에 충분한 탄약을 제공하지 않은 죄로 "지옥에서 불에 탈 것"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그는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했고, 이틀 뒤엔 러시아 군당국으로부터 탄약 보급을 확약받았다며 바흐무트에서 계속 싸우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프리고진은 크렘린궁에 음식을 공급하는 업체를 운영해 '푸틴의 요리사'로 불린 푸틴의 최측근이었다. 그러나 바그너그룹을 이끌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이후 정부와 군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이번 '할아버지' 발언으로 프리고진과 푸틴의 관계가 한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바그너그룹이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초기에는 러시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으나,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의 야망을 감지한 이후로 상황이 바뀌었을 것이란 추측도 나왔다.

한 전문가는 "프리고진이 전쟁을 이용해 경제적·정치적 자산을 축적하려고 했고, 크렘린궁은 그의 영향력을 축소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해임된 군 지도부가 바그너그룹에 합류한 것을 두고 프리고진은 권력 입지가 강화된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이는 크렘린궁이 바그너그룹을 차지하려는 전주곡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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