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침략 도구 '러시아 정교회'…청산에 나선 우크라
기사내용 요약
성지 키이우 라우라 동굴수도원·성당 회수
우크라 의회, 모스크바교파 해체 입법 추진
"러군 스파이 온상" vs 러 사제들 "종교 탄압"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를 점령하고 동부 지역 반군들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내 러시아의 영향력을 없애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1991년 소련 연방에서 독립한 뒤에도 한동안 밀접했던 양국 관계가 러시아의 무력 침공을 계기로 악화한 것이 계기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이후엔 우크라이나 사회 모든 부문에서 러시아 배격 움직임이 확산했다. 그러나 단 한 곳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 교파는 예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 시간) 모스크바 총교구의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노력을 상세히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 무기
파블로 대사제는 현재 러시아 침공을 지지했다는 혐의로 가택 연금 상태에서 도주감시용 발찌를 차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침공 뒤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어 사용 장려를 법제화했고 러시아 작가와 예술가의 동상을 무너트렸다. 그러나 모스크바 총교구 교회에는 손을 쓰지 못했다.
지난해 전면 침공 뒤 러시아와 연계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최대 교파가 됐으나 우크라이나 국민 수백만 명이 여전히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 교회의 신도다.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성직자들은 러시아 정교회 최고 수장 키릴 대사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성전(聖戰)이라고 찬양한 뒤부터 관계를 끊기 위해 투쟁해왔다고 밝힌다.
그러나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 인사들은 우크라이나에 충성을 다하는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신도들과 달리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고위 성직자들이 문제라고 비난한다. 종교적 영향력을 러시아의 복합전쟁 무기(hybrid war weapon)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보안국(SBU)는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 교회들이 스파이 및 러시아 내통자 소굴이라고 말한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한 지난해 2월 이후 61명의 모스크바 총교구 사제들이 기소됐다. 이들 중 7명에 친러 선전 혐의와 우크라이나 군정보 염탐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1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모스크바 총교구 교회가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으며 모스크바 총교구에 최고 영적 권위를 부여하는 교회 명령체계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하일로 포돌략 대통령 고문은 최근 TV에서 모스크바 총교구 교회 지도자들이 “직간접적으로 계속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 정교회 푸틴의 침공 정당화 도구 전락
당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는 물론 전세계 정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독립을 인정받지 못한 상태여서 라우라 성당 등 우크라이나의 많은 교회들이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회복을 위해 러시아 정교회를 활용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많은 교구가 모스크바 총교구에서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소속을 바꿨다. 특히 전 세계 정교회 최고지도자이자 콘스탄티노플 교회 270대 대주교인 바르톨로뮤 총대사제가 2019년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인정하면서 이탈이 가속화됐다.
이후에도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교회들은 러시아어로 미사를 진행하고 키릴 교구를 찬양했다. 또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사제들은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교회법상 불법 단체라고 주장하면서 교세를 유지했다.
러시아 전면 침공 뒤 교세가 역전됐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민의 34%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신도이며 모스크바 총교구 신도는 14%에 불과하다. 또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라고 밝히는 교회도 4%로 줄었다.
모스크바 총교구 산하 정교회도 공식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했지만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수가 너무 늦었다고 비난한다. 키이우 주민 야리나 아리에바(22)는 “러시아 침공 뒤 10년이 지났다. 키릴 교구 소속 교회들은 모두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총교구 교회들은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하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총교구 신도들이 탄압당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 점령지 주민 설득에 적극 나서기도
교회에 구호품 배급을 요청해 배급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촬영해 방영했고 이어 성직자들에게 헤르손이 러시아 영토라고 설교해달라고 요구했다. 급기야는 지난해 9월 점령지 합병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도록 유도해달라고 압박했다.
부르듁 대수도원장은 러시아 당국자들이 “러시아의 복귀가 은혜로운 일이라고 설득해달라. 신도들이 교회가 하는 말은 믿는다”면서 점령지 장악에 교회의 역할을 중시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많은 성직자들이 러시아의 요구를 따랐고 헤르손이 탈환된 뒤 러시아로 탈출했다. 막심 타레센코라는 사제는 1000여 년 전 건국됐던 키예프 루스를 강조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같은 나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푸틴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막심 사제 등 여러 명이 지난해 11월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밀려날 때 러시아로 탈출했고 일부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기념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 이지움의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교회 사제는 러시아군의 진입을 공개적으로 찬양했다. 루한스크 지역의 한 사제는 러시아군에 우크라이나군 위치를 알려준 반역혐의로 기소됐다. 반역혐의로 기소된 사제 3명이 포로교환 협상을 통해 러시아로 갔다.
결국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의회에 “러시아 연방 영향력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종교 조직” 해체를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모스크바 총교구 교파 해체를 추진하게 됐다.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서부 크멜니츠키 시의회는 사제와 신도들이 우크라이나 군인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폭로된 뒤 모스크바 총교구 축출을 결정했다.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성직자들은 이 결정이 종교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항거한다. 모스크바 총교구 대변인인 니진 및 프리루키 주교는 일부 성직자들의 러시아 지원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교회만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헤르손의 경우 많은 경찰이 러시아 편을 들었지만 경찰을 해체하라고 하지는 않지 않느냐”면서 “모스크바 총교구 것을 빼앗아 정부를 지지하는 교파로 넘기려는 정치적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전쟁 사상자수가 많은 문제를 성직자 드라마로 감추려 한다”고 덧붙였다.
11세기 드니프로강가 절벽에서 처음 발견된 라우라 동굴은 슬라브 정교 기독교회의 발상지다. 동유럽 전 지역의 정교회 신자들이 라우라 동굴 지하무덤에 묻힌 성자들의 유해를 참배해왔다.
우크라이나의 유서 깊은 교회들 대부분이 재산이 국가 소유지만 소련 시절부터 모스크바 총교구가 임대해 사용해 왔다.
러 정교회 사제들 "종교 탄압" 저항
SBU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파블로 대수도원장은 한 여성 신도에게 미사할 때 키릴 교구를 계속 말하라고 권하고 헤르손 주민들이 러시아군 점령을 환영한다고 발언했으며 그의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러시아 문장(紋章) 나오기도 했다. 가택 연금 상태에서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모스크바 총교구 소속 신도들이 정부의 탄압에 항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선 모스크바 총교구 사제들 기소가 큰 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키릴 교구가 나서서 비난했고 외교부는 파블로 대수도원장을 성자라고 부르며 석방을 요구했다.
지난해 연말 라우라 성당 임대 기한이 만료되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회수했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이곳에서 미사를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는 모스크바 총교구가 라우라 성당의 역사 유산 일부를 훼손해 임대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총교구가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파블로 대수도원장이 신부들에게 성당을 떠나지 말도록 여러 차례 촉구해 약 200여명의 사제들이 떠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 중 한 사제는 “라우라 성당은 국가가 지은 것이 아니다. 교구민과 사제들이 지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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