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 도입…불법하도급 단속·처벌 강화(종합)

박초롱 2023. 5. 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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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강요 제재 '과태료→형벌' 강화…"사측·노측 불법행위 모두 잡는다"
'임금 직불 시스템' 민간공사에도 의무 도입
당정,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 추진
발언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1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김철선 기자 = 정부가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이를 통해 사측의 불법하도급, 노측의 노조원 채용강요 등 노사의 불법행위를 모두 잡아낼 계획이다.

그간 건설노조의 불법행위 근절을 앞세웠던 정부가 이번엔 사측의 불법하도급 처벌에도 무게를 실었다. 2년 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를 계기로 대대적으로 추진됐으나 흐지부지된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가 이번엔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 도입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5대 법안은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사법경찰직무법, 채용절차법, 노동조합법이다.

먼저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건설현장에 특사경을 도입한다.

특사경은 검찰·경찰 외 제한적 분야에 수사권을 갖는 공무원으로, 건설현장 특사경은 국토교통부와 5개 지방국토관리청의 4∼9급 공무원에게 부여될 전망이다.

채용강요, 부당금품 수수, 공사방해 등 노측 불법행위와 불법하도급, 건설업 등록위반, 시공능력평가 조작 등 사측 불법행위 모두 수사 대상이다.

지금도 국토부와 지방국토관리청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고 인력이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

전국 건설현장은 연간 17만개지만,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불과하다.

특사경이 도입되면 단속 횟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발언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1 toadboy@yna.co.kr

광주 붕괴사고 이후 강력 대책…법안은 국회서 '낮잠'

불법하도급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강화된다.

일부 건설사의 다단계 하도급과 이에 따른 근로 여건 악화가 노조 불법행위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해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부 건설사들이 여전히 '수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공사는 돈에 맞춰서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젖어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면서 "건설노조는 이런 건설사 불법행위를 빌미로 부당금품을 수수해 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발주처·원청에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불법하도급 적발 때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공 공사뿐 아니라 민간 공사의 감리에게도 하도급 적법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를 부여한다.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는 정부 의지에 더해 관련 법 통과 여부가 관건이다.

2021년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 이후 정부는 이미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포함한 강력한 불법하도급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불법하도급으로 5년 이내 3회 적발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삼진아웃제'를 10년 내 2회 적발되면 말소하는 '투스트라이크아웃제'로 전환하고, 원·하도급사 처벌 수위는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땐 피해액의 최대 10배를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10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 수위가 너무 강하다는 반발 등에 부딪혀서다.

당정은 이해관계자 간 이견을 조율해 상반기 중 수정 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건설노조 탄압을 멈춰라!"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건설노동자들이 10일 오후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2일 사망한 강원지부 양희동 노조원의 사망과 관련해 건설노조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집회를 열고 있다. 2023.5.10 swan@yna.co.kr

전자카드제·대금지급시스템 의무적용 확대

노측 불법 행위에 대해선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등 부당금품 수수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제재 근거를 마련한다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할 경우 제재 수준은 과태료에서 형벌로 강화한다. 레미콘 기사 등이 부당한 운송 거부 행위를 하면 사업자 등록을 취소한다.

불법하도급과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전자카드제와 대금지급시스템 적용은 확대한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전자카드제를 의무 도입하는 건설현장은 내년부터 공공의 경우 공사 규모 50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민간은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한다.

현재 공공 공사에만 의무화된 대금지급시스템은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공사 현장에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한다. 규모 300억원 이상 공사현장부터 도입을 시작한다.

대금지급시스템은 임금 등 공사대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직불제 시스템이다. 발주자가 원도급사에 공사비를 지급하면 하도급사 몫과 자재 장비 대금, 근로자 임금은 인출이 제한된다. 하도급사 역시 자재 장비 대금과 근로자 임금은 빼서 쓸 수 없다.

정부는 대금지급시스템 도입 사업장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료 감면 폭을 30%에서 50%로 높일 계획이다.

또 근로계약에 따라 하도급사가 개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부터 시범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다.

지금은 건설사와 현장 팀장 간 도급계약만 체결돼 근로계약이 불분명한 팀원(건설근로자)은 저임금·임금체불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건설사-팀장, 건설사-팀원 간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을 유도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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