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과다 투여 영아 사망, 은폐’ 간호사 3명 실형 선고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원 치료 중인 영아에게 약물을 잘못된 방법으로 과다 투여해 숨지게 하고 사실을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 3명이 전원 실형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1일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 A씨와 B씨에 대해 각각 징역 1년2개월과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간호사 C씨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는 무죄로 보고, 유기치사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간호사 A씨는 지난해 3월11일 코로나19로 입원 치료 중이던 당시 13개월 영아에게 ‘에피네프린’ 5㎎을 희석한 후 네뷸라이저(연무식 흡입기)를 통해 투여하라는 의사 처방과 달리 약물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에피네프린을 소아에게 직접 주사할 때 적정량(0.1㎎)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한 것이다. 에피네프린은 기관지 확장과 심장 박동수 증가 등에 쓰이는 약물이다.
A씨의 선임인 B씨는 약물 과다 투여로 영아의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투약 오류를 인지했지만 담당 의사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영아의 의료기록지에서 담당의사의 처방 내용과 처치과정 등 의료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여러차례 걸쳐 삭제했다.
수간호사인 C씨 역시 투약 오류에 따른 의료사고를 알고도 담당 의사 등 상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영아는 약물을 과다 투여받은 이튿날인 지난해 3월12일 숨졌다. 이들은 영아가 사망한 후 며칠이나 지난 16일에야 약물 과다 투야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영아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오투약으로 봤다.
재판부는 “몸무게 11㎏에 불과한 1살짜리 영아에 에피네프린이 적정량보다 50배 이상 잘못 투여되면 곧바로 심장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이 사건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최초 약물을 잘못 투여한 사고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담당의사의 진술을 보면 피고인들이 인지하고 나서 즉시 보고를 받았으면 피해자에 대한 치료 방법이 조금은 달라졌겠지만 피해자 상태가 급격히 바뀌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했다”면서 “담당 의사 등 위에 보고 하지 않은 것은 업무상 과실은 맞지만 그러한 행위가 사망에 직접적 원인은 아닌 만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무죄로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사고 은폐 시도는 의사와 간호사에 대한 깊은 신뢰를 크게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다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던 데다 이들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유족을 위해 각 5000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누가 돈을 주라고 했느냐”, “돈 냈다고 형량 줄여주냐”, “우리는 아이 얼굴도 마지막으로 못봤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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