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트럼프…CNN 나와 “의사당 폭동은 아름다운 날”
트럼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1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이 뉴햄프셔주에서 주최한 타운홀 미팅에서 2020년 대선 패배 사실을 다시금 부정한데 이어 미국 민주주의를 추락시킨 연방의회 의사당 폭력사태는 옹호했다. 전날 법원으로부터 배상 명령을 받은 성추행 혐의는 전면 부인했고 상대를 헐뜯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행을 맡은 케이틀린 콜린스 CNN 앵커가 ‘2020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묻자 곧바로 “그것은 조작된 선거였다”고 답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된다면 2024년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정직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2021년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태의 주동자들을 사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마음에 사랑을 품고 그 곳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칼럼니스트 E. 진 캐럴(79)이 제기한 27년 전 성폭력 관련 민사소송에서 전날 패소한 것에 대해선 “나는 그 여자를 모른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캐럴을 “미치광이(whack job)”라고 불렀다. 백악관 기밀 문서를 마러라고 자택으로 유출한 것에 관해 추궁하는 콜린스에겐 ‘끔찍한 사람(nasty person)’이라고 하는 등 폭언을 내뱉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서도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동문서답’을 내놨다.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까지 나오는 연방정부 부채 한도 상향 문제와 관련해선 공화당을 향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 (지출) 삭감에 동의하지 않으면 디폴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대통령 당선시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법에 서명할 것인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결정을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짓 주장을 펼칠 때마다 콜린스도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적극 개입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짓말을 계속했다. 청중석에 앉은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CNN방송에 출연한 것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CNN을 ‘가짜뉴스’라고 공격했고, 콜린스 앵커를 비롯해 당시 CNN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불편한 질문을 한다는 이유로 출입정지 등 보복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랬던 그가 CNN에 등판한 것은 생방송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극대화하려는 계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보수 성향 유투버 등과 주로 접촉하는 당내 경쟁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기성 언론과 접촉면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상습적인 거짓말과 폭언으로 논란이 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황금시간대 생방송 대담이라는 ‘판’을 깔아준 CNN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은 “CNN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CNN을 포함한 주요 미 언론들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팩트체크’를 내보냈다. 그러나 CNN 진행자인 제이크 테퍼는 대담이 끝난 후 “트럼프가 한 모든 거짓말을 팩트체크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한계를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이 끝난 이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간단한 문제다. (트럼프의) 저런 모습을 4년 더 보고 싶은가? 아니라면 우리 캠페인을 지지해달라”고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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