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혀서' 2세 원아 강제로 앉혀 소외시켰다면…아동학대 맞다

만 2세 아동을 의자에 강제로 앉히는 등 훈육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만 2세 아동을 의자에 강제로 앉히는 등 훈육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영아)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A씨(여·52)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350만원을 선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는 2020년 3월~4월 말 사이 전남 곡성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 2세 아동인 B군을 여러 차례 고정식 의자에 앉히고, C군(2)과 D군(2)의 팔을 잡아당기거나 삿대질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군이 정리함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5~30분 고정식 의자에 따로 앉혀 소외감이 들도록 했다. 당시 다른 원아들은 TV를 보거나 낮잠을 자는 등 쉬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같은 해 5월쯤 C군이 계속 운다는 이유로 양쪽 팔을 잡아 일으켜 흔들고 교실 구석에서 삿대질하기도 했다. 다른 아이의 책을 뺏는 D군에게는 손 부위를 2차례 때리고 팔을 잡아당겨 바닥에 넘어지게 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이같은 행위가 아동의 신체적·정신적 발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검사 측은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CTV를 보면 피고인은 지도 편의를 위해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른 지도 방법 시도 여부, 유독 피해자만 의자에 앉힐 이유, 피해자 상태 지속 확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고정식 의자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신체를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움직일 수 없게 된다"며 "사건 당시 피해자는 만 2세에 불과했는데 유아인 피해자가 가만히 앉아 교육에 집중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리함을 어지럽히거나 뛰어다녔다는 이유만으로 의자에 앉힐 필요성이 있다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