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도 보릿고개… 두달 연속 매출 역성장에 설비 투자 90% 이상 줄여

최지희 기자 2023. 5. 1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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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4월 매출 전년比 14% 감소
주요 고객사 일제히 주문 줄여
일부 라인 가동률도 최저 수준
투자 점차 줄이고 속도 늦춰
삼성 파운드리도 상반기 실적 악화
선단 공정 집중 투자 전략 지속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극심한 재고 조정 시기를 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초까지 승승장구하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큰손 고객들이 이미 쌓인 반도체 재고를 소진하는 데 집중하면서 주문이 급감한 탓이다. 5년 만에 매출 역성장이 예상되면서 TSMC는 설비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일각에선 최첨단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 진행도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 주요 고객사들, 파운드리 주문 계속 줄여

11일 TSMC 집계에 따르면 TSMC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3% 감소한 1479억대만달러(약 6조35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3월에 이어 두달 연속 매출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TSMC의 매출은 지난 3월(1454억대만달러·6조2600억원) 1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4월 1.7%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저조한 수준이다. 지난달 TSMC는 올해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이라는 앞선 전망을 뒤집고 전년 대비 매출이 최대 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T 기기 수요 감소로 TSMC의 주요 고객사인 애플,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퀄컴 등이 반도체 생산 주문을 줄이는 추세다. 과잉 재고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고객사는 TSMC에 위약금을 내면서까지 장기 공급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문이 줄면서 TSMC의 일부 라인 가동률은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년 연말부터 하락세를 보이던 공정 가동률이 올 2분기에도 계속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가 쉽게 회복되지 않아 상위 8~10개 고객사가 일제히 주문을 줄이고 있는데, TSMC는 오히려 가격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재고 수준이 낮아진 고객사들도 쉽게 주문을 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도 지난 9일 “6·7㎚ 공정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졌고, 5㎚ 공정 수요도 둔화한 데 더해 8인치 팹 주문도 줄어들고 있다”며 “다만 28㎚ 공정은 여전히 풀가동 상태인 것으로 보여 올해 상반기 평균 가동률은 70~75%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 반도체 설비투자 축소… “2분기도 재고 조정 영향”

상반기 사업 전망 악화에 TSMC는 투자 규모도 줄였다. TSMC는 지난 9일 열린 이사회에서 반도체 팹(공장) 설비 투자액을 3억6610만달러(약 4840억원)로 의결했다. 지난 2월 이사회에서 의결한 설비 투자 예산 69억6000만달러(약 9조2000억원)에 비해 약 96% 급감한 금액이다. 앞서 TSMC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약 12% 축소한 320억~360억달러 내에서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거시경제 여건 악화와 시장 수요 약세에 따라 1분기 고객들이 수요를 조정한 영향을 받았으며, 2분기에도 고객들의 추가 재고 조정에 사업이 계속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이 지난 4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강연하는 모습./뉴스1

◇ 삼성 파운드리, 선단 공정 집중 투자 전략 이어가

TSMC를 뒤쫓는 업계 2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1분기 주문 감소로 실적이 악화했으나, 선단 공정에 집중해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선단 기술을 필요로 하는 HPC(고성능컴퓨팅) 등을 중심으로 시황 회복이 기대된다”며 “선단 공정에 집중하는 삼성 파운드리의 투자 전략에 맞춰 하반기 실적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선단 공정 기술력을 토대로 5년 안에 TSMC를 따라잡겠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은 지난 4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에서 “냉정하게 얘기하면 4㎚ 기술력은 우리가 2년 정도 뒤처졌고 3㎚는 1년 정도 뒤처진 것 같지만, 2㎚로 가면 (TSMC와) 같게 될 것”이라며 “5년 안에 TSMC를 앞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은 최근 미국 AMD가 4㎚ 공정 기반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생산을 TSMC 대신 삼성전자에 맡기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의 4㎚ 수율(합격품 비율)은 75%로 전년 대비 큰 폭의 개선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2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을 줄이고 전력효율을 높인 기술) 공정 양산이 순조롭게 이뤄져 대만의 TSMC와의 기술격차가 크게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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