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목숨과 맞바꾼 결실 ‘전기의 요정’

2023. 5. 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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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중 나의 원픽(One-Pick)을 꼽자면? 단연코 '전기의 요정'이다.

'전기의 요정'은 프랑스 파리시립현대미술관 4층, 5층에 걸쳐 설치된 대형 벽화다.

10개월 뒤, '전기의 요정'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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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감탄이 절로 나온다.

유럽예술의 중심지 프랑스에서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밝고 화려한 색감, 선이 춤을 추는 듯한 붓질. 캔버스엔 특유의 경쾌함과 리듬감이 살아있다. 프랑스 출신의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 이야기다.

라울 뒤피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한 20세기 장식 미술 거장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열린 그의 전시에 다녀왔다. 유화, 수채화, 과슈, 판화, 드로잉, 직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80여 점을 볼 수 있었다. 이 중 나의 원픽(One-Pick)을 꼽자면? 단연코 ‘전기의 요정’이다.

'전기의 요정'은 프랑스 파리시립현대미술관 4층, 5층에 걸쳐 설치된 대형 벽화다. 만들어진 시기는 1937년. 당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은 세계 대전 상황이었고, 그 이전에 이미 프랑스는 어둠의 시대였다. 유럽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했고, 프로이센 군대가 파리를 점령한 가운데 파리의 사회주의자와 노동자들은 파리코뮌 폭동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혼돈의 상황. 모두가 지쳐있었다.  

때문에,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파리 만국박람회는 기회였다. 1889년 만국박람회와 달리, 전쟁 이후 달라진 프랑스를 보여줘야 했다. 기술과 국력을 뽐내는 파리만국박람회는 기계와 발명품, 건축물들의 전시장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엑스포와 같지 싶다. 관람객 수는 총 5천만 명, 한편으로는 강한 정치 선전의 장이었다.

라울 뒤피의 자화상 Self portrait, 1945 © MuMa Le Havre / Florian Kleinefenn © ADAGP, Paris


이곳에서 라울 뒤피는 박람회의 전기 궁전(전력공사) 벽화를 그렸다. 미술사가 이현에 따르면, 라울 뒤피는 이를 위해 수많은 발전소를 스케치하고, 도서관과 박물관 자료를 모조리 수집했다. 10개월 뒤, ‘전기의 요정’은 완성된다. 가로 60m, 높이 10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이었다. 뒤피는 작품을 구상할 때, 전기의 역할과 함께 고대부터 20세기 과학을 아우르는 내용을 떠올렸다고 한다.  

실제로, 전기의 요정 중앙에는 제우스의 벼락과 함께 전기를 상징하는 이브리쉬르센 발전기가 그려져 있다. 이브리쉬르센은 파리에서 5.3km 떨어진 도시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왼쪽에는 신들의 전령이자 엘렉트라의 딸인 아이리스가 보인다. 빛을 뽐내며 날아가는 그녀 아래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있다. 이들과 함께 전기의 요정인 아이리스가 세상을 밝힌다는 의미 아닐까. 그런가 하면 전기와 관련한 인물들도 보인다. 에디슨, 벨, 퀴리 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모두 합하면 총 110명이라는데, 뒤피는 당시 묘사를 위해 단역들에게 자세를 취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1937년 만국박람회 이후, 전기의 요정은 창고 신세가 된다. 이를 안타까워하던 라울 뒤피는 대중을 위해 전기의 요정을 또 한 번 만든다. 전기의 요정의 석판화 버전이었다. 1951년 석판화 작업에 돌입해 2년에 걸쳐 완성했다고 한다. 단순화하며 재구성한 <전기의 요정>은 그렇게 새 생명을 얻었다.  

깃발을 장식한 배들 Boats Dressed with Flags, 1946 From Edmond Henrard Collection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걸작과 달리, 뒤피는 붓을 잡을 수 없는 극한의 관절염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을 석 달 앞둔 1953년 3월 영면한다. 사인은 관절염 치료 부작용에 따른 내출혈. '전기의 요정'은 라울 뒤피가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걸작이자 결실이다.   

서울에서 본 '전기의 요정' 오리지널 석판화 연작 10점에도 뒤피의 밝고 생기 넘치는 화풍은 가득하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공개라는데, 이와 함께 ‘전기의 요정’ 미디어아트는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 챙겨보시길 바란다. 라울 뒤피의 작품에서 당신의 원픽(One-Pick)은 무엇이 될까.  

에밀리엔 뒤피의 초상 Portrait of Emilienne Dufy, 1930 © Musée des Beaux-Arts Jules Chéret , Nice / © ADAGP, Paris


전시는 9월 10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작품출처 사진제공=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 TBN충북교통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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